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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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의 마을 이야기를 전합니다.

[2014 서울마을이야기 하이라이트 4] 2014 마을컨퍼런스콘서트

마을 2기를 여는 키워드, 마을계획
 
2014 서울마을이야기의 대미는 2014 마을 컨퍼런스 콘서트가 장식했습니다. 2014 마을 컨퍼런스는 이제 마을 2기에 돌입한 서울이 어디로 갈까를 묻고 답하는 자리였습니다. “천만도시 서울에 무슨 마을이냐?”라는 3년 전의 우려를 불식시키듯 마을 1기엔 많은 마을들이 등장하고 연결되었습니다. 마을 2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을의 필요와 욕구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직접 참여하여 해결하는 마을자치를 실현하려 합니다. 우리가 마을의 주인으로서 마을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더 살맛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여기, 그 대답이 있습니다. ‘마을계획’입니다.
 

 

지난 9월 27일 서울시 신청사 8층. 일주일 동안 이어졌던 2014 서울마을이야기의 대단원 “2014 마을 컨퍼런스 콘서트”를 준비하느라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스태프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강연자들이 설 무대에는 나무가 세워져 그늘을 드리웠다. 강연장으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미니 텐트 주변에 감자, 가지, 양파를 담아 둔 바구니들이 놓였다. 꽃이 담긴 화분들이 화사했다. 종이 박스로 만든 어설픈 집 모양이 미소를 자아냈다. 딱딱한 강연장 대신 어느 마을 골목길에라도 들어선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게 한 배려였다. 전날 11시부터 행사 시작 전까지 꾸몄다는 무대 분위기에서 딱딱한 논의가 아니라 자유롭고 재미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 스태프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 (위) 마을의 골목길, 시장 등의 모습을 강연장 안에서도 느낄 수 있게 배려했다.
(아래)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무대 역시 나무와 벤치를 놓아 정겹게 느껴지도록 연출했다.

 

 
2시 조금 전부터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어느새 200명 규모의 강연장이 가득 찼다. 강화도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작은 음악가 버둥의 축하공연 후 서울시 서진아 마을공동체담당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서진아 담당관은 “아이가 세 살이 되면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로 불만이 생기면 표출하는 나이다. 다양한 주민들이 등장했던 서울의 마을살이도 이제 3년차에 접어들었다. 많은 고민과 함께 ‘왜 이것밖에 안 해주나’라는 불만도 생길 것이다. 3년째를 맞이한 서울의 마을살이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눠보는 자리”라고 이번 컨퍼런스 콘서트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해외출장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박원순 시장의 동영상 메시지가 전달됐다. 박시장은 “처음 서울시장이 되고 마을공동체를 얘기했을 때 많은 이들이 서울에 무슨 마을이냐고 그랬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서울시 전역에서 마을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솟아나고 있다. 마을은 우리 삶의 시작점이고 종착점이다. 마을 속에서 행복과 안전과 미래를 찾을 수 있고 복지, 의료, 교육, 돌봄의 기능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마을계획에 대해 좋은 토론을 나누고 의견을 제시해준다면, 서울시는 이를 지키고 실현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확답했다. 



컨퍼런스의 스타트는 유창복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이 끊었다. 유창복 센터장은 ‘지역사회의 공공적 재구성’이란 화두를 서울시 마을공동체 정책 2기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지난 2년간 마을살이의 화두는 주민의 등장과 연결 그리고 성장이었다. 그 결과 55,000명의 주민들이 마을과 연결되었고 1,300여 개의 주민모임과 23개구 마을네트워크가 생겨났다. 특히 지난해 생긴 18개 구의 자생단(자치구 마을생태계 지원단)은 중앙의 지원센터가 챙기기 어려운 마을 골목골목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마을활동을 밀착하여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의 다양한 활동들과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결과를 보면 ‘마을이 대세’라고 할 정도지만 유창복 센터장은 “아직도 천만 서울시민이 느끼기에 마을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약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끼리끼리, 살 만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는 시선도 있다. 그런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서울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마을로 확장되려면 일반 주민들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수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공 의제를 마을공동체 정책에 녹여내야 하는 이유다. 누구는 또 그런다. 시장이 바뀌면 마을활동 그거 끝나는 거 아니냐고. 지원이 없어져도 마을살이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마을의 확장성과 마을살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속에 마을계획을 고민하게 되었다.”
 

 
▲ 강연을 진행 중인 유창복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센터장.
이날은 모든 강연에 이노진 수화전문가(왼쪽)가 함께 해주었다.
 

마을은 주민 자신이 느끼는 생활상의 아쉬움과 절실한 필요들을 이웃과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맺어지는 관계다. 주민들은 일상의 대면관계를 되살리고 자신의 필요를 지역의 공공의 과제로 풀어가면서 지역을 재구성해간다. 이런 과정에서 쌓이는 협동의 경험은 생활정치의 바탕이 된다. 종국에는 제도를 혁신하여 국가가 독점해온 공공을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유창복 센터장은 지역사회에서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가 합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공공에 대한 감수성과 공감이 확산되고 협력적 관계망도 확장시킬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지난 2년간 구축한 마을 관계망을 바탕으로 이제는 지역에서 공론장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우리 동에 가장 아쉬운 게 뭘까, 제일 필요한 게 뭘까 혼자 고민하지 말고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와야 한다. 하수도 문제, 놀이터 문제, 육아와 교육 문제, 밤길 안전의 문제,.. 이런 필요와 아쉬움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마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 중에는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자치구나 광역시, 중앙정부, 하다못해 기업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일들도 나올 거다. 마을계획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것을 의논하는 공론장을 만들면 그 과정에서 또한 마을 공공성이 대두될 것이다.”
 
자신의 필요를 지역의 공공의 과제로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마을로 들어오고, 마을살이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며, 그 협력의 경험을 통해 마을 공공성과 마을 민주주의 역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의 지속가능성 부분도 그렇다. 행정의 적절한 지원 없이 마을살이가 자발적으로 이어지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사람이요, 다른 하나는 경제다. 특히 마을살이가 마을경제의 틀을 갖춰 경제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때 자립의 근거가 생기고, 지속가능해진다. 요약하자면 마을 관계망과 사회적 경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사이좋은 문중은 재산이 많다고 한다. 마을도 그렇다. 마을살이가 잘 지속되려면 마을의 인프라가 탄탄해야 한다. 마을이 운영하는 자산, 마을공간, 마을미디어,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만들어내야 한다. 동시에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마을공동체가 참여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고 생존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주민 주도 마을계획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이나 지역사회에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 반드시 달성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가를 지역의 주민들과 터놓고 토론하면서 공동의 지역의제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이런 마을계획의 경험이 계속 쌓여가게 되면 주민자치회나 주민참여예산제도 주민 주도로 혁신될 수 있을 것이다.
 
유창복 센터장은 “끼리끼리에만 머물면 오래갈 수 없는 게 마을”이라고 강조했다. 이웃과 함께 대면하는 확장성이 중요한 이유다. 더 많은 이들이 마을로 들어오도록 마을계획은 참여와 협력의 논리를 학습하는 귀한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또한 주민주도성을 실현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써 기능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계획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유창복 센터장의 강연이 끝난 후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계획 사업과 관련한 ‘마을계획 가상 시나리오’가 공개되었다. 마을 계획의 분야, 범위, 주기, 마을계획 수립 및 확정 방법, 마을계획을 촉진하고 지원할 3가지의 중요한 축(시민자산, 시민공론, 시민력발전소)에 대한 5분가량의 애니메이션 영상은 당일 참석한 마을활동가들에게 큰 호응을 일으켰다.
 

 
 

뒤이어 세 명의 발표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보다 1년 먼저 마을계획 수립의 장정을 시작한 이근호 수원마을르네상스 센터장은 수원 사례를 통해 마을계획의 수립 주체와 과정에 대해 발표했고, 윤진호 서울도시연구소 대표는 마을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와 주민참여예산제 등의 제도적 문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정보연 마을활동가는 미국 로체스터시의 마을계획 사례인 ‘8구역 실행계획(Sector 8 Action Plan)’을 통해 마을계획수립 시 고려해야 할 마을자원들에 대해 발표했다.


▲ 수원의 사례를 발표중인 이근호 수원마을르네상스 센터장.
 

이미 서울보다 한 해 앞서 마을단위 종합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지자체가 있다. 수원시다. 수원시의 마을공동체사업은 수원마을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실행중이다. 2010년 민선 5기 출범 이후 추진된 수원마을르네상스는 수많은 마을만들기 추진 주체들을 발굴해냈고 현재까지 활발한 마을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근호 수원마을르네상스 센터장은 “마을계획은 수원마을르네상스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고민 속에서 시작되었다”고 전제했다. 단기적인 공모사업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문제와 다양한 마을만들기 주체들의 협력에 대한 고민이 마을계획의 바탕이 되었다.
 
“마을 안에는 주민자치위원회, 바르게살기협의회, 아파트부녀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상인회, 입주자대표회의, 자유총연맹, 새마을문고, 통장협의회. 민간방범대 등 거의 70여 개의 마을 주체가 있다. 이미 마을 안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인데 이들을 모아서 움직이게 하다 보니 행정적으로 공모사업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계속해도 될까 하는 반성이 있었다. 마을 추진주체들을 보면 면면이 다 다르고, 품고 있는 생각도 다 다르다. 이들을 모아서 장기적 마을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 (마을계획의) 시작이었다.”
 
그 결과 동단위의 마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마을별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그를 통해 마을단위의 도시계획 틀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1년여에 걸쳐 4개 구, 40개 동(행정동) 전체가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이근호 센터장은 “수원시 마을계획 수립 활동의 핵심 키워드는 마을계획단”이라고 강조했다. 마을계획단은 책임교수, 튜터, 운영조교, 공무원, 마을르네상스센터 1인으로 구성되는 실질적인 마을계획 수립의 주체다. 수원은 각 단계마다 주민을 모집하고 조력자(튜터, 조교)를 뽑아 전체(시, 구) 모임과 동별 모임을 적절히 배치했다고 한다. 이 마을계획단을 대상으로 마을계획단 우수마을 심화교육을 진행했고, 발표경진대회를 통해 순위에 따라 사업비를 지원, 현재 8개 동의 12개 주체가 마을계획에 따른 사업을 실천중이다.
 
수원의 마을계획 수립이 남긴 성과는 첫째로 주민역량의 강화다. 1년에 걸쳐 주 4~5시간씩 토론하면서 참여 주민들의 마을만들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특히 단결력이 강화되었다. 둘째는 시에서 공개모집과 위촉과정을 거쳐 마을계획단에 대표성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1년여 동안 마을계획 수립을 지켜봐온 이근호 센터장은 ‘대표성’이란 부분이 가진 딜레마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비록 공개모집과 위촉과정은 거쳤으나 마을계획단이 수립한 마을계획이 우리 마을을 대표하는 계획인가라는 대표성 획득에 대한 고민이 계속 있다. 실제적으로 마을게획을 진행해본 결과 마을계획단과 실천단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경우도 많이 나타났다. 그것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개인적으로는 한 개의 동 전체가 인정하는 마을계획은 무리이므로, 동 안의 생활권을 기준으로 한 여러 개의 마을계획을 만드는 편이 낫다고 본다. 규모는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고 제안했다.
 

▲ 마을계획과 주민자치의 관계에 대해 발표하는 윤진호 서울도시연구소 대표.
 

윤진호 서울도시연구소 대표는 “수원의 경우는 마을만들기, 즉 마을공동체 사업을 한 단계 발전시켜나가는 차원에서 마을계획이 고려된 것 같다”고 전제한 뒤 “마을계획은 또한 주민자치,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윤진호 대표는 마을계획 체제를 설계하면서 가장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주민자치의 관점과 주민역량에 대한 부분이라고 발표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주민들이 마을자치를 설계한 역사적 경험이 많지 않다. 주민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자치 역량이 성숙할 때까지 행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 주민역량을 축적한다는 관점에서 마을계획을 하지 않으면 또 하나의 마을만들기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마을계획의 범위는 동단위가 적절하다. 실질적인 지역생활권이자 주민참여예산제, 마을만들기 등이 실질적으로 동단위로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진호 대표는 “마을계획은 종합적인 성격을 띠는 비전계획이 전제되고, 거기에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것이 주민참여의 양이다. 마을계획과 관련하여 주민은 관심과 참여수준에 따라 무관심층, 관심층, 일시적 참여층, 지속적 참여층, 운영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마을계획 설계 시 주체의 참여도에 따른 다층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참여수준을 참여숫자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원시의 경우를 보면 115만 명 중 400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적어도 주민의 10% 정도는 마을계획에 대해 인지하고 있도록 참여숫자에 대한 면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주민자치회와 마을계획이 연결될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주민자치회에서 추천 받은 10명만 마을계획사업단에 들어가는 식이나, 마을회의-마을계획사업단-운영위원회가 민주적으로 구성되어 사업을 실행하면 대표성 획득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이다.

 

 
윤진호 대표는 “주민들은 아무래도 복지나 이런 쪽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부문 계획에 더 치우칠 수 있겠지만 마을계획 차원에서는 전체 비전을 설계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주민참여예산제를 마을계획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마을만들기 지원 조례에 마을계획에 대한 명시가 있어야 한다. 고양시의 경우 관련 사항이 들어 있으나 동단위 사업은 아니다. 이런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마을계획이 공식성을 띠려면 도시기본계획과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23개 행정동의 마을계획을 140개의 생활권 지역계획, 서울시 도시기본계획과 연결하면 마을계획은 보다 공식성을 띨 수 있을 것이다.

 

 
▲ 시민장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정보연 마을활동가.
 

미국의 로체스터시는 1993년 이후 ‘우리 마을을 만들어가는 이웃들(Neighbors Building Neighborhood, NBN)’ 프로젝트를 추진해 성공을 거두었다. 이어 1999년부터 NBN2 프로젝트를 통해 8구역(Sector 8) 실행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8구역 액션플랜이 독특한 것은 마을마다 목표를 세우고, 전략과 활동내용, 실행파트너를 구체화하며, 지역 내 자산을 목록화하여 명문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NBN2 프로젝트는 주민이 스스로 세운 계획을 마을의 자산을 이용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달성해내는 전 과정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정보연 마을활동가는 NBN2 프로젝트처럼 마을계획은 시민을 공공의 장으로 끌어낼 좋은 계기라고 지적했다. 마을계획을 통해 마을 공공성이 살아난다면 그간 관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온 공공 분야에 시민의 진출이 용이해질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장(市民場)’이란 개념을 내세웠다.
 
시민장이란 공공에서 시민의 고유한 영역을 창조하고 그 영역에서 힘 있는 시민을 양성하며 그 힘으로 사회를 혁신하기 위해 장을 여는 것을 말한다. 시민장이 중요한 까닭은 한 번 만들어진 시민장은 쉽게 사적 영역으로 퇴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연 마을활동가는 “NBN2 프로젝트 때도 시장이 바뀌면 사업이 영향을 받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당시 공무원은 한 번 램프 밖으로 나온 요정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면서 “시장이 바뀌어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마을공동체운동을 구상한다면 시민장을 열면 된다. 마을계획이야말로 가장 좋은 시민장이다”이라고 결론지었다.
 
시민장에서 시민력이 확장되려면 마을자원은 꼭 필요하다. 그는 3개의 기둥으로 마을미디어, 시민자산, 그리고 시민의 공간을 꼽는다. 마을미디어는 주민이 마을 소식을 알고, 서로 말을 섞고 토론을 벌이는 주민공론의 장이다. 마을계획운영단이 설립된다면 해당 자치구에 이미 존재하는 시민 미디어의 지원을 받아 자치구 단위 미디어 생태계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마을미디어가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마을계획은 주민역량에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행의 물적 토대가 되는 마을자산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는 동단위 마을계획사업단이 구성되면 마을기금 설치를 마을계획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또한 이 마을기금은 자치구, 서울시 단위로 모여 마을재단으로 형성되어야 한다고 했다. 일정 규모로 커진 마을재단은 제도화를 통해 시민자본으로서 기능성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연 마을활동가는 실제로 안산시의 경우 고잔1동, 본오3동 등 많은 동에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도하여 마을기금 형태로 마을자본이 형성된 예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마을공간 마련이 중요하다며 특히 주민자치센터가 진정한 마을공간, 시민공간, 마을혁신파크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보연 마을활동가는 “사실 그간 관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시민 참여 사업들은 지나치는 바람과 같았다. 해당 행정부서의 입맛에 맞게 그간 시민의 힘을 빌려 써온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함도 느끼는 게 사실이다”라며 “그래서 마을계획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마을계획 안에 다 있다. 그냥 다 있는 게 아니라 최적화된 형태로 다 있다. 우리는 마을계획이라는 플랫폼 위에 복지, 도시재생, 마을경제, 문화, 교육, 안전을 얹어 설계해야 한다.”

 


 
▲ 종합토론에 들어가기 전, 서진아 마을공동체 담당관이 토론의 방향을 제시했다.
 

서진아 마을공동체 담당관은 ▲왜 마을계획인가 ▲마을계획을 실현하고자 하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마을살이를 위한 플랫폼-마을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을 해보자는 세 가지 관점에서 자유롭게 토론을 전개하자고 말했다.
 
유창복 센터장은 “성미산 마을은 성미산이라는 의제가 있었기에 2년 동안 공론의 장이 열려 있었고,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본다. 이게 공공성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더 많이 지역사회로 내려가 마을단위의 의제를 세우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근호 센터장은 “수원은 40개 동이 동시에 마을계획에 돌입했다.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선 부분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게 추진력이 되었다. 또한 수원시는 도시기본계획의 하위로 마을계획을 세우려는 의지가 확고했다. 불안한 마음은 있었는데 결국 주민들은 믿어주면 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수원의 사례에 대해 부연설명을 했다.
 

 
▲ 마을계획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던지는 참가자들.
 
 
강연 참가자 중 1인은 “민간 섹터 강화를 위해 마을계획이란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수원의 경우 행정동이라는 큰 단위다. 자치구 단위를 포괄하는 계획인데, 작은 마을단위에서 어떻게 이런 큰 단위로 플랫폼을 엮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유창복 센터장은 “결국 협력의 틀을 촘촘히 짜는 게 과제일 거 같다. 또 중간지원조직과 마을공간, 마을기금 등을 어떻게 엮어내는가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부분이 앞으로의 과제다”라고 답했다.
 
2030 서울 소셜픽션 컨퍼런스에도 참가했었다는 한 참가자는 “마을계획에 주민이 참여할 때 과연 지역사회의 공공적 재구성을 자기 과제로 삼을 수 있을까.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내세우려 하진 않을까라는 걱정이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소셜픽션 의제 토론을 하며 적절한 장을 마련해준다면 주민들은 충분히 공공적 의제를 토론할 준비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문제는 어떻게 장을 만들고 또 어떤 규칙으로 그 장에서 마을계획을 만들어낼 것이냐의 문제라고 본다”라는 의견도 내었다.
 
이근호 센터장은 “어떻게 장을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주민들은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면서 “특히 공론의 기회가 마련되면 여러 차례 토론을 통해 의견조정을 하는 경험도 겪게 된다. 마을계획은 주민들에게 큰 시야를 가지게 할 좋은 기회다. 마을활동가가 아닌 평범한 주민들도 공공의 장을 만들면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유창복 센터장은 “고민 중 하나는 결정권이 보장되느냐 하는 부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계획을 세웠으면 실행이 되어야 의욕이 생기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데 과연 결정권이 보장될까. 마을계획이 주민의회를 통하든 어떡하든 실제적으로 반영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엔 돈의 문제가 될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마을사람들이라면 다 하는 고민인데, 공모방식보다는 마을단위의 종합적 계획을 세운다면 자원조달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주민주도성이 구체적으로 생기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틀을 바꿔 나간다면 개별 지원사업의 모습도 전면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한 “주민주도성이나 참여역량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취약계층을 대하는 사업상, 마을 복지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전체적인 그림 그리기가 어렵다”는 강연자의 의견에 이근호 센터장은 “복지도 그렇고 특정분야마다 절실한 부분이 있을 거다. 그러나 동단위의 마을계획에서는 여러 분야가 대등하게 가야 한다. 특히 큰 단위의 계획을 세울 때는 특정 계층에 치우친 실행계획은 환영받기 어렵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 문화예술협동조합 국악나루실내단의 공연으로 장장 일주일에 걸친 2014 서울마을이야기가 끝났다.
 
 
마을계획은 서울 마을 2기의 핵심 키워드다. 마을계획으로 대표되는 마을의 공공적 재구성은 공모사업 중심의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의 방향을 바꾸고, 지역의 필요, 마을의 필요로 확장시켜줄 것이다. 각각의 마을에서 주민들이 마을의 비전을 함께 세우려면 판을 어떻게 짤 것인가 대화를 나누고, 또한 행정의 지원은 어떠해야 하는가 보다 구체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리_정지연(소소북스 편집장)
사진_성종윤(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