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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청년의 만남, 그 의미에 대하여

마을과 청년의 만남,  그 의미에 대하여


 
지난 학기 내가 담당한 <지역사회론>의 수강생 가운데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난 여학생이 있었다. 마을이 왜 중요하고 앞으로 어떻게 꾸려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인 만큼, 그 학생에게서 마을에 대한 흐뭇한 경험을 기대했다. 그러나 마을에 대한 그의 이미지는 사뭇 부정적이었다. 한 가지 단적인 예로, 방학 때 부모님이 계신 고향 집에 내려가면 일주일을 버티기 어렵다고 한다. 학교생활의 분주함과 도시의 숨 가쁜 리듬에서 벗어나 모처럼 휴식을 취하러 왔기에 늦잠도 자고 집안에서 빈둥거리고 싶은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동네 어른들이 뉘 집 아이는 부모가 일하는데 도와주지도 않고 게을러 터졌다는 식의 뒷담화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도 그런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싫어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 성공회대 ‘지역사회 교육론’ 수업 모습
 

 
근대 이후의 역사는 빠른 변화의 연속이었고, 그 속에서 젊은이는 늘 선두에 서 있었다. 기존의 낡은 틀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에너지로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온 것이다. 그 점에서 마을의 보수성은 청년의 발랄함과 어울리기가 어렵다. 농촌만이 아니다. 도시 지역에서도 마을은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 아니다. 동네에서 즐거운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하고, 이웃과도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않는다(또는 못한다). 이른바 ‘토호 세력’이라 불리는 어른들이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는 마을에서 청년들이 설 땅은 너무 비좁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지금 세계와의 의미 있는 접점을 잃어버린 청년들에게 마을은 각별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시장과 국가 시스템이 삶을 지배하고 미디어와 인터넷이 의식을 매몰시키는 현실에서, 마을은 ‘사회’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창조해볼 수 있는 틈새를 열어준다. 몸을 가진 존재로서 타인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함께 생활을 디자인해 갈 수 있는 장(場)이 주어지는 것이다. 자립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는 취업과 결혼이 꽉 막혀버린 지금, 노동시장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핵가족을 토대로 하지 않고도 성인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경로 가운데 하나가 마을이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일본의 아만토 공동체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성공회대 학생들의 구로 ‘천왕마을’ 탐방.
마을은 청년들에게 ‘사회’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창조해볼 수 있는 틈새를 열어줄 수 있다.

 
 

젊음이 좋은 것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적절한 범위의 삶의 공간이 주어져야 하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세대 간의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거의 동갑끼리의 관계에 갇혀 있다. 마을이 사라지고 형제자매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형, 언니, 오빠, 누나라고 부를 수 있는 이웃이 이제 거의 없어졌다. 윗사람 노릇을 해볼 기회가 없다 보니 나이가 들어도 한없이 어리기만 하다. 또한 부모 이외에 어른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지 못하기에 사회적인 자아가 무척 얄팍하다.


 

▲ ‘교수 및 연구자 네트워크’ 행사

 
 
 
서울시마을공동체센터가 금년도에 시작한 마을관련 대학 수업 지원은 그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마을이라는 단어 자체가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온 대학생들이 마을의 생생한 역동을 눈으로 목격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공동체를 꾸려가는 여러 세대의 주민들과 인터뷰도 하면서 삶과 사회 그 자체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돈과 사회적 지위 이외에 우리가 정말로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된다. 한 학기 수업으로 당장 큰 변화가 생기거나 진로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짧지만 밀도 있는 현장 연구를 통해서 생애의 또 다른 실마리를 만져보는 것이다. 청춘의 마음에 마을의 소망이 심어지고, 마을에 청춘의 씨앗이 뿌려지는 드라마가 앞으로 곳곳에서 펼쳐지리라 기대한다.


 
 


글_ 김찬호(성공회대학교 교수)
사진_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청년사업팀


 
본 기사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온라인 뉴스레터 <서울마을이야기> vol.30호(2015.7.29.) 기사입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주시고, 전문 기사에 대한 링크를 걸어주세요. (단, 영리 목적에 의한 퍼가기는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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