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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맘껏 저질러도 좋아! 맘껏 실패해도 좋아!” - 오지연, 배은빈 인터뷰

마을 + 특집ㅣ"마을에서 맘껏 저질러도 좋아! 맘껏 실패해도 좋아!" - 오지연, 배은진이 말하는 '마을일모작학교'
 


 



지역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도모해야 할지 막막한 청년, 만나고 연결되고 협업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 서로 배우면서 지속가능한 마을살이에 관심을 가진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마을일모작학교. 마을을 바탕으로 서로 만나고 응원하고 시도하고 떠들고 함께 성찰해가는 청년들의 학교생활은 어떠했을까? 마을일모작학교 2기로 참여한 오지연, 배은빈 두 명의 청춘이 말하는 ‘마을일모작학교’ 이야기. <전문>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각자 소개 부탁드리고요. 마을일모작학교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얘기해주세요.

오지연_반갑습니다. 저는 국문과를 졸업한 후 시나리오 수업을 받으면서 영화에 흥미를 갖게 된, 영상연출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청춘, 오지연입니다. 작년에 대학을 졸업했고 저의 적성에 맞는 일이 뭘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에 ‘서울시 청년수당’ (* 만 19~29세 미취업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최소 2~6개월까지 지급하는 수당)에 대해 알게 되었고, 다양한 지역 관련 청년 일자리, 정보를 문자로 받다가 ‘마을일모작학교’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배은빈_정치외교학과를 전공했고, 졸업한 지는 조금 됐고요. 학교 다닐 때부터 정치, 사회, 시민운동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정책 관련 연구소에서 1년 쯤 일도 했지만, 막상 일로써 접하니 정책연구소 일은 저와는 잘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래를 고민하며 방황하던 시기에 청년수당을 알게 되었고, 청년수당을 받으면서 여러 공고들을 통해 혁신파크와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죠. 특히 마을일모작학교에서 말하는 키워드들은 평소 제가 관심을 갖고 있던 것들이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 다 서울시 청년수당을 받았고, 서울시 청년수당을 통해 마을일모작학교를 알게 된 공통점이 있네요. 서울시 청년수당은 뭔가요?

배은빈_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만 19~29세로 취업활동을 고민하는 청년들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최대 6개월까지 매월 50만원씩 지원해주는데요. 저는 사실 마을이라고 할까,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어요. 그런데 청년수당을 받으면 이런 관련 정보가 다 문자로 와요. 정보를 알게 되는 게 일단 좋고, 큰 금액은 아니어도 지속적으로 수당이 있으니까 당장 생계를 위해 일을 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요.
 
오지연_전 청년수당이 참 좋다고 생각한 순간이 많았어요. 이 수당을 단순히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먹고 놀아도 돼’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예를 들어 이런 거예요. 청년수당을 받고 저는 영화잡지를 정기구독했거든요. 영화 쪽 정보를 봐야 하는데, 솔직히 1년에 10만원 정도의 정기구독료도 제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거든요. 그리고 연극을 한 번 보는데 3만원이 드는데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좋은 연극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액수 부담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청년수당이 있으니까 이걸 내 창작지원금으로 쓸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하나씩 선택의 폭을 넓혀가는 게 너무 좋았어요.



뭐랄까… 청년수당이 일종의 안전망 역할을 해주면서 다른 선택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 보면 청년수당을 받고 마을로 오는 청년들이 꽤 있거든요. 참, 두 분은 마을일모작학교의 어떤 점에 끌려서 신청을 하게 됐나요?

배은빈_저는 사실 이 활동을 하기 전에는 마을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어요. 그리고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혁신파크에 있다는 것도 몰랐죠. 그렇지만 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도슨트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혁신파크에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그 공공건물을 예술가들이 살려내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그래서 마을일모작학교를 통해 그런 바람을 실현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오지연_저 역시 마을에서 활동해본 경험도 없고 마을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어요. 그냥 살기 좋은 마을? 할 때의 그런 정겨움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어렸을 적 동네에서 같이 놀던 친구들이 뭐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저처럼 예술 하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 같이 프로젝트를 하면 참 재미있고 편하겠다는 생각으로 신청하게 됐어요.



 
▲ 마을일모작학교를 만나고 나서 마을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배은빈, 오지연 씨.



마을일모작학교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지역에서 영상 만들기, 채식을 지역에 나누고 싶은 모임,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목표로 하는 모임 등 다양하더라고요. 두 분은 지역에서 예술하며 살아가기를 목표로 ‘예송이’라는 팀으로 함께했죠? ‘예송이’ 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오지연_국문과라고 하면 옛날부터 ‘굶는과’라고 하잖아요. 요즘은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준말)’라는 말도 있고요. 그렇다면 ‘예송하다’라는 말도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고요. 명함도 없고 포트폴리오도 없는 우리들이 은평에서 예술하며 먹고 살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보자는 생각을 바탕으로 팀을 꾸렸죠. 은평 및 다른 지역을 기반으로 문화예술계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나 단체들을 인터뷰도 하고, 탐방도 하며 열심히 3개월을 보냈습니다.



 



배은빈_사실 저 같은 경우는 ‘예술’이라는 키워드나 활동목표에는 동의했지만 세부적인 부분까지 다 생각이 일치했던 건 아니었어요. 전 예술을 생각하며, 계속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을 어떻게 재생할까에 관심이 쏠려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코치님이 명제를 도출해주셨어요. ‘은평에서, 예술로 먹고 살기’라는 키워드로 생각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어요. 그러니까 은평이라는 키워드와 예술이라는 키워드에서 각각 만나볼 지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10월에 열린 마을축제 현장도 가보고, 예술 전공이면서 은평 토박이인 친구들 4명을 만나보기도 했고요.

오지연_예송이 부흥회를 열었는데 총 14명이 모였어요. 만나니까 서로 연결이 되더라고요. “나는 작곡이 하고 싶어”라는 친구에게는 “어, 얘가 작곡 전공이야”라고 바로 현장에서 서로 소개도 하고요. 그런 게 너무 좋았어요. 부흥회 한 번으로 끝내기가 아쉬워서 다음에는 주(酒)일학교를 열려고요. 부흥회 온 사람들이 친구 한 명씩을 데려오는 거죠! 이번에 부흥회를 통해 다양한 친구들의 관심사를 보고 생활 예술 동아리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친구가 이미 시작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작당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두 분 모두에게 마을일모작학교가 의미 있었던 것 같은데요. 좀 더 세밀하게 어떤 점이 좋았는지 또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볼까요?

배은빈_마을일모작학교는 한 달 정도 공통교육을 듣고 나서, ‘자기활동’이란 이름의 팀 프로젝트를 3개월 동안 하도록 되어 있어요. 목표를 정하고 실행하는 과정까지 다 우리 스스로 해야 하는 거죠. 사실, 저희는 마을 일을 해본 적도 없고, 마을 안의 관계도 없고, 활동가 정체성도 없는 이들이거든요. 그런데 무엇보다 좋았던 건 ‘실패해도 좋으니 뭐든지 해보라’는 분위기였어요. 코치가 있지만 그들이 개입해서 우리를 이끌고 가는 게 아니라 먼저 맘껏 해보라는 기회를 주고, 난관에 처할 때에야 코치가 우리와 함께 고민을 해주는 방식이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미술관에 대한 고민 때문에 주제에 깊이 밀착하기 어려웠을 때 코칭을 계기로 시야가 확 열렸거든요. 주도성을 맘껏 기르는 과정과 요청할 때만 개입하는 코칭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오지연_저는 마을일모작학교를 통해서 은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7살 때부터 지금껏 은평에서 살았고 그래서 처음에는 ‘마을’이라길래 그냥 사람 사는 동네 같은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번 계기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성북 신나나 동네형들 같은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사람 사는 삶을 이렇게 꿈꾸고 실천하는 이들도 있구나’를 생각해볼 계기도 되었고요. 커리큘럼 면에서는 성과를 닦달하기보다 “실패해도 돼”라고 말해주는 분위기가 좋았고요.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팀과의 콜라보도 하고 싶었는데 팀으로 뭉치게 되면서부터는 아무래도 다른 팀과 교류할 수 있는 여유나 시간, 정보가 없더라고요. 그 점이 조금 아쉬웠어요. 


마을일모작학교를 통해 지역 혹은 마을을 좀 더 가깝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이번 활동을 통해 마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나요?

오지연_사실 전 은평에서만 10년 넘게 살았지만 혁신파크에 대해서는 뭔가 그들만의 리그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마을일모작학교를 통해 은평에 이렇게 많은 자치활동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마을이라고 하면, 따뜻하다는 인상 정도밖에 없었던 저였는데 ‘마을이란 말도 싫다, 청년이라는 말도 싫다’고 말하는 참가자를 통해 어떤 성과주의에 대한 진력 같은 것도 보게 되면서 마을 일의 다양한 측면을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배은빈_공통교육 과정을 마치기 전까지는 마을이란 제가 살고 있는 구로구 온수동을 의미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유창복 교장 선생님의 강의도 듣고, 공통교육을 이수한 후 동사무소를 방문해서 자료조사도 해보니 마을 섹션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아, 마을이라는 게 그냥 거주지로써의 마을이 아니라 시민사회 같은 개념이구나’를 깨닫게 되었죠. 그렇다면 은평이라는 작은 지역을 통해 마을 전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떤 친구들에게 마을일모작학교를 추천하고 싶은지 듣고 싶어요. 그리고 마을일모작학교를 운영하는 센터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지연_자신이 걷는 길이 남들과 달라 회의감이 드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가 딱 그랬는데요, 취업은 싫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은데, 사실 신념 하나로 버티기는 매우 힘든 사회잖아요. ‘마을 일’이란 워딩에 겁먹지 마시고 무언가 작당하기를 좋아한다면 마을일모작학교에 와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할 사람, 지지해주고 실패하면 뭐 어때! 하고 함께 너털웃음 지어줄 사람들이 있답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나니 마을일모작학교의 운영 취지와 달리 마을이라는 안전망을 거점 삼아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한 것 같아 약간의 죄송함도 듭니다. 하지만 마을 안에서 자기 욕망을 풀어내는 사람들이 모여모여 마을공동체가 형성되지 않을까요? 좋은 기회를 주시고 새로운 가치를 꿈꾸게 해주신 센터에 감사드립니다.

배은빈_마을일모작학교 교장 선생님이신 유창복 선생님의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라는 책에도 나오는 개념인데, 저는 마을 일의 핵심이 ‘누적적 플래닝’에 있다고 생각해요. 누적적 플래닝은 마스터플랜에 반대되는 개념인데, 모든 계획을 시작의 단계에 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유연하고 유동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마스터플랜의 방식은 70년대 개발시대에는 유효했지만 현재 지식 기반의 산업환경에는 맞지 않는 방식인데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이러한 잔재가 남아 있어요. 그런데 ‘관계’를 기반으로 한 마을 일은 마스터플랜의 방식이 통하지 않아요. 또 개인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청년들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달려가도록 강요받는데, 저에게는 이러한 방식이 너무나 폭력적이었어요. 그런데 사회에서는 이러한 가치를 좋다고 강요하니까 나만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을일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서 편안해요. 저처럼 사회 속에서 어려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청년이 있다면 마을일모작학교를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 성취 일변도의 가치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어려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마을일모작학교를 권하고 싶다는 배은빈, 오지연 씨. 





 

_정지연(소소북스 편집장)
사진_신병곤 포토그래퍼


 
본 기사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온라인 뉴스레터 <서울마을이야기> vol.75호(2019.1.30.) 기사입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주시고, 전문 기사에 대한 링크를 걸어주세요. (단, 영리 목적에 의한 퍼가기는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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