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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청년들과 함께하기 위하여/ 마을포럼 ‘지역에 살고 있는 다양한 청년 상상하기’

마을 + 특집ㅣ보이지 않는 청년들과 함께하기 위하여 / 마을포럼 '지역에 살고 있는 다양한 청년 상상하기'
 
 
 
지난해 11월 21일 한빛출판네크워크에서 마을포럼 ‘지역에 살고 있는 다양한 청년 상상하기’가 열렸다. 비수도권 거주자, 여성, 대학 비진학자 등 ‘청년’으로 호명되지만 차별받고 배제되는 다양한 청년주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그중 마지막 강의 ‘다양한 청년주체 상상하기’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문>


 
▲ 지난 11월 21일 한빛출판네트워크 강의실에서 열린 ‘다양한 청년주체 상상하기’.
마을포럼 ‘지역에 살고 있는 다양한 청년주체 상상하기’ 중 한 파트로 열렸다.



‘헬조선’, ‘흙수저’, ‘이생망’, ‘노오력’. 다수의 청년주체들이 대면하는 극심한 불안을 보여주는 청년 신조어들이다. 장기실업, 열악한 주거환경 등 청년들이 위태롭게 끌어가는 삶의 단면이 조명되면서 ‘고용환경’, ‘생활환경’, ‘임금’ 등의 문제를 거론하는 ‘청년담론’도 생겼다. 그러나 과연 청년담론은 모든 청년을 대변하고 있을까?
이번 마을포럼은 ‘모든 청년에게 청년 문제가 동일하게 경험되진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며 지역의 다양한 청년주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되었다. ‘다양한 청년주체 상상하기’는 마포구 동교로 삼거리의 한빛출판네트워크 강의실에서 진행되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정하나, 청년유니온 나현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차해영, 이렇게 총 3명의 청년 활동가가 강연자로 나섰다.




“여자라서 떨어졌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채용 성차별


 

▲ 청년주체 중 여성에 주목하여 성차별에 대해 발표한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정하나 활동가.



‘성평등 노동을 지향하며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노동과 삶을 바꾸는 현장을 만드는 활동가’로 자신을 소개한 정하나 활동가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청년담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여성의 차별은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강연의 첫 포문을 열었다.
정하나 활동가는 가장 먼저 공공기관과 금융권의 성차별 채용 문제를 언급했다. 작년 대검찰청 반부패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집중수사를 벌인 결과 여성 지원자를 고의로 탈락시킨 것으로 밝혀진 가스안전공사와 대한석탄공사의 사례를 들었다. 최종 합격자 남녀 비율을 정해 놓은 금융권, 은행권의 채용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2001년 발표되어 여성들의 어두운 사회진출 현실을 표현한 문정희 시인의 시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를 언급하며 “17년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달라진 점이 없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고 토로했다.



 

▲ 취업경쟁 속에 스펙을 쌓아도 여자라는 이유로 좌절해야 하는 채용 성차별의 현실을 비판하는 정하나 활동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참여자들.



그러나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정하나 활동가는 덧붙였다. 차별을 지적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들이 점점 많아진 것. 이들의 힘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채용 과정 중 차별 받은 여성들을 위한 온라인 ‘비공개 제보창’을 개설하기도 했다. ‘비공개 제보창’에는 결혼하면 6개월 내 퇴사해야 한다는 일방적 조건을 강요하는 사장, 결혼·출산 계획을 캐묻는 면접관 등의 내용이 짧은 시간에 상당수 제보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채용 성차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걸까? 여성 성차별 채용에 주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 차별이 채용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내에서의 승진, 여성의 비정규직화, 남녀임금격차 등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장해물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남녀임금격차는 OECD 38개국 중 꼴찌다.
정하나 활동가는 강력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 규율에 따르면 채용에서 남녀차별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법을 어길시 과태료 500만으로 효율이 강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공기관부터 시작해 채용 단계별 채용 성비 공개, 직무 중심의 면접 질문 등을 제안했다.




세대 내에서의 불평등에 대한 고찰, 대학 청년 vs 비진학 청년


 

▲ 청년유니온 나현우 활동가.



동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의 나현우 활동가가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한 조사 및 활동을 펼쳐온 그는 ‘대학 비진학 청년의 현황’을 주제를 다루었다. ‘비진학 청년’이란 소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고졸 청년’을 일컫는다. 나 활동가에 따르면 이들은 “2000년대부터 불거져온 청년담론에서 호명되지 못한 청년”에 속한다.
청년담론의 발단은 1997년 외환위기부터였다. 극심한 사회경제적 불안 속에 2004년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이후 집값 폭등 등의 경제 악화로 2007년부터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가 청년들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대학 비진학 청년’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04년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의 대상은 4년제 대학 졸업 청년들이었다. ‘88만원 세대’도 대졸 청년들이 조롱조로 자신들의 환경을 표현한 것”이라며 이제껏 청년담론의 주인공은 4년제 대학 졸업 청년이었다고 지적했다.
2015년 기준 20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비진학 청년의 비중은 비진학자 26.27%, 대학 진학자 63.52%로 청년 4명 중 1명꼴이다. 결코 적은 인원이 아님에도 이들 중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가난하며 저임금으로 장시간 일하는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나현우 활동가는 “2016년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1분위(우리나라 소득 하위 20%)에 비진학 청년의 비율은 25.8%, 2분위 26.8%로 대학 졸업 청년에 비해(1분위 9.6%, 2분위 15.1%) 3배가량 차이가 난다. 또한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9세 취업자 중 고졸 이하 청년이 가장 많은 직군은 도소매, 숙박 음식업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도 52시간 초과노동을 하는 비율이 대학 졸업 청년보다 2배 많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 (왼쪽) “우리가 비진학 청년 문제를 주목한 이유”에 대해 나현우 활동가가 설명중이다.
(오른쪽) 비진학 청년 통계 자료를 유심히 살피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문제는 경제, 근로환경, 직업군 등 청년세대 내에서의 ‘격차’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진학 청년이 대학 진학을 포기한 이유로는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 그들의 대다수는 빈곤 가정에서 자랐으며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결국 ‘수적격차’가 ‘학력격차’로, 이것이 곧 ‘소득격차’와 ‘인생격차’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절대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약 150만 명이다. 사실상 기초수급권자인 ’기초수급 경제집단‘은 약 400만 명이다. 그런 가족의 구성원인 10~30대가 마냥 푸른 시절을 보내고 있겠는가.(중략) 경제·사회적으로 배척당한 청년이 이렇게 많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고 있나? 왜 우리 눈에는 그들이 보이지 않나?”

나현우 활동가는 <한겨례21>의 안수찬 편집장의 글(<가난한 청년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가>, 2011년 4월 민주정책연구원 기고문)을 인용하며 안타까운 현실을 공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년세대 내의 불평등에 주목해서 청년 문제를 바라보고 지역사회는 비진학 청년을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반을 가지고 마을에서 청년으로 살아가기


 

▲ 청년이 자신이 택한 마을에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의 사례를 발표하는 차해영 활동가.



마지막 강연자는 차해영 활동가였다. 그는 “나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지역에서 청년이 독립적으로 행복하게 생존하는 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찾길 바란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차해영 씨는 생활밀착연구소 여음, 마포청년들 ㅁㅁㅁ,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각각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진입 과정의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는 활동이 대부분이다. 차해영 활동가는 자신을 ’청년 독립 생활자‘라고 소개했다. 나 혼자 따로, 또한 주변의 다양한 친구들과 살아가는 청년이란 뜻이다. 거주 지역은 마포구 연남동. 성소수자, 여성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을 존중하는 마포구가 좋아 2013년 10월부터 거주하고 있다. “지방에 살던 내가 처음으로 ‘선택’한 지역이다. 마포구 공동체 라디오 마포FM에서 활동하며 시각 장애인, 청소년, 어르신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레즈비언 방송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했다.”



 

▲ 청년은 마을에 안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자신의 사례를 발표중인 차해영 활동가와 경청중인 참가자들.



‘내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신과 공통분모를 나눌 수 있는 또래 집단을 찾기 시작한 차해영 활동가는 10년간 자취생활로 쌓은 요리실력을 발휘해 소셜다이닝 ‘우야식당’을 열었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밥을 해주는 프로젝트였다. “내 별칭이 ‘우야’다. 소셜다이닝 우야식당에는 온라인 소식을 보고 여러 지역의 다양한 친구들이 밥을 먹으러 왔다.”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시간은 아니었다. 사소한 고민을 하나 둘 꺼내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가 이어지는 식사시간이었다. 많은 청년들이 “집밥을 먹는 게 너무 오랜만이다. 누가 해준 밥을 먹다니...”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친구들,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해 청년 독립 생활자 식생활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밥을 할 만한 주거공간인지, 끼니를 챙길 수 있는 생활환경인지 등에 대한 조사였다. 이를 계기로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1인가구 청년 관련 건강지표를 ‘노동환경’, ‘주거환경’ 등으로 보다 실생활과 밀접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가족 구성원인 ‘강아지’와 자신이 선택한 주거 지역인 ‘마포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펼치며 오랫동안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취업,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정상가족’의 대열에 끼기 위해 자신의 삶을 소진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역 안에서 기반을 가지고 자기 삶을 모색하며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른 청년들과 함께 그 방안을 찾아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며 강연을 마쳤다.

2시간 동안의 강의가 끝난 후 한 여성 참가자는 솔직한 감상평을 남겼다. 그는 “대학교 4학년 때 취업 스트레스로 원형탈모를 겪었는데 그때는 몰랐던 차별 등의 현실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덧붙여 “눈에 보이지 않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많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는 ‘다양한’ 청년주체와 공존하고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이번 강의는 늘 제기되던 청년 문제를 조금 다른 각도로 바라보며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권민정(자유기고가)
사진 | 신병곤(포토그래퍼)


 
본 기사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온라인 뉴스레터 <서울마을이야기> vol.75호(2019.1.30.) 기사입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주시고, 전문 기사에 대한 링크를 걸어주세요. (단, 영리 목적에 의한 퍼가기는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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