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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장애형제입니다 "나는, 어떤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마음으로 마을하기ㅣ나는 비장애형제입니다 "나는, 어떤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퇴를 하고 싶어요.” 모범생 중학생 소녀가 말합니다

지난 4월 1일 방영된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는 13살 민주의 사연이 소개되었습니다. 민주는 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고 담임선생님도 ‘엄지척’을 하는 모범생입니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더니 며칠 만에 느닷없이 자퇴 선언을 해서 엄마를 당혹하게 만들었습니다. 민주 엄마는 달래도 보고 을러도 보고 때려도 보았지만 고집을 꺾지 않아 고민이라고 합니다. 누가 봐도 야무지고 똑똑하게 생긴 민주는 자신의 소신을 똑 부러지게 밝힙니다. 홈스쿨링을 해서 자기만의 시간표로 공부에 집중해 자사고로 진학하겠다는 겁니다. 뭐든 잘하고 완벽한 아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민주. 그런데 신동엽과 이영자의 사려 깊은 질문에 민주의 속사정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4/1일자 방송.



민주에게는 두 살 터울의 오빠가 있습니다. 민주의 오빠는 지적장애 1급의 발달장애인입니다. 장애를 가진 오빠를 돌보느라 힘든 엄마를 위해 민주는 어릴 때부터 ‘손이 덜 가는 아이’로 자라야 했습니다. 엄마에게 서운한 게 있어도 엄마가 속상할까봐 말하지 못하고 참았습니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엄마가 일 나가면 엄마 대신 오빠를 돌봤습니다. 자신의 행복보다는 가족의 행복이 먼저이고,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고, 오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로도 특수교육학과로 일찌감치 정해두었습니다. 신동엽은 민주처럼 장애를 가진 형제가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는 민주가 자퇴하려는 진짜 이유를 간파합니다. ‘내가 공부를 잘하면 엄마가 행복하겠지?’ 바로 이런 부담감 때문이라는 것을요.
민주가 보이는 성향은 장애인의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보이는 공통점이라고 합니다. 장애와 관련해서 부모와 사회의 관심은 오롯이 장애인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의 형제자매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에게 관심과 보살핌이 쏠리는 사이, 이들의 마음 한켠에 서운함이 쌓입니다. 이들 역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어린아이니까요. 그럼에도 이들이 느끼는 분노, 우울, 두려움, 죄책감은 주변적인 것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 정신적 장애인 형제자매를 둔 청년들의 자조모임 ‘나는’이 펴낸 『나는, 어떤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




“당연히 그래야지!”는 없습니다

정신적 장애인을 형제자매로 둔 비장애 청년들이 2016년 [나는]이란 이름의 자조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속내를 털어놓는 ‘대나무숲 티타임’을 정기적으로 가졌습니다. 여기서 나눈 대담과 각자 쓴 에세이를 엮어 지난해 『나는, 어떤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라는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사실, 민주의 사연을 접하지 않았다면 이 책을 주목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기 자신보다 장애가 있는 형제를 중심에 두는 삶을 당연시하는 민주가 이대로 성인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호기심과 우려가 이 책을 손에 들게 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동안 저는 부모 조합원으로서 매년 의무적으로 통합교육을 받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교육 중에서 비장애인 형제자매의 경험을 다룬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지워진 존재였습니다.
[나는]의 멤버들은 겉으로는 너무도 반듯하게 잘 성장한 청년들입니다. 가정에서는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돌봐주고,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학에 들어갔고, 직장생활을 잘 해내고 있는 착한 딸, 착한 아들입니다. 하지만 그 내면은 엄마의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 어린 시절에 혼자 방치되었다는 소외감과 우울, 나에게도 장애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이로 인한 죄책감,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대나무숲 티타임’은 이들이 처음으로 만난 위로와 공감, 이해의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자조모임을 통해, 그 모든 걱정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가지고 있는 내가 나쁜 것이 아니구나, 잘못된 게 아니구나,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고, 비로소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네요.
[나는]의 멤버인 은아 씨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경험을 공개적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자신이 중심이 된 삶을 살아가도록 지지해달라고 말입니다. 비장애 형제자매들이라고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습니다. “네가 그러면 어떡해? 그러면 안 되지”, “네가 더 잘해야지”, “네가 착해야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말들을 멈춰달라고 말입니다. “우선 네가 행복해야 돼.” MC들이 민주에게 건넨 이 말처럼 우리도 따뜻한 응원의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장애인 형제의 눈으로 보면, ‘형제’가 처한 불평등이 보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등록장애인 수는 251만 명입니다. 이 가운데 발달장애인은 8.7%(21만 7,500명)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발달장애를 진단받은 후 등록하는 비율은 12.6%에 그친다고 합니다. 이 말은 실제로는 보건복지부 통계보다 훨씬 많은 장애인들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우리 주변에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드물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현실을 전혀 체감하지 못합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내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고 싶어요.” 대체로 불가능한 미션입니다. 부모의 부양 책임은 고스란히 비장애 형제자매들에게로 넘겨집니다.
우리가 장애인의 형제자매에게 주목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장애인을 대하는 시각을 전환시키기 때문입니다. 자식에게 일방적으로 헌신하는 엄마의 관점이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는 형제자매의 관점으로 말입니다. 엄마의 헌신주의로 대표되는 시혜와 동정의 시각에서 장애인은 그저 불행한 존재입니다. 사회는 불행에 공감하는 딱 그만큼의 온정만 지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불행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불평등을 보아야 합니다. 나와 다르지만 동등한 존재라는 평등의 시각을 가진다면, 그들이 겪는 차별에 분노하고 개선을 요구하며 시민적 연대를 이루어나갈 수 있습니다.



장애인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생각 많은 둘째언니’ 장혜영 감독은 빌달장애 동생과의 평범한 일상을
유튜브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공개하며, 장애인을 지우지 말아달라고 말합니다.



장혜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2018년)은 비장애 언니가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과 사는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은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여느 자매들처럼 다투기도 하고 상대로 인해 속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니가 동생을 위해 희생하거나 자신을 포기한 채 살지 않습니다. 동생 또한 언니를 위해 자신을 지우지 않습니다. 장애가 있더라도,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취급받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 대우받으며 사회에서 살아가는 삶.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 기억할 것이 많은 달, 4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 편집자 주




 
 
_ 이정주(성미산 마을에 살며 젠더와 문화에 대해 글 쓰는 사람)


 
본 기사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온라인 뉴스레터 <서울마을이야기> vol.78호(2019.4.24.) 기사입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주시고, 전문 기사에 대한 링크를 걸어주세요. (단, 영리 목적에 의한 퍼가기는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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