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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3인 토크 / 2019 동네발전소 사업은 왜 어떻게 만들어졌나?

특집2ㅣ3인 토크 / 2019 동네발전소 사업은 왜 어떻게 만들어졌나? - 로컬랩, 앵커조직 시범사업 개발과정을 중심으로
 


 



2018년 서울마을센터에서는 두 개의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하나는 주민에게 직접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공공기관과 마을커뮤니티, 사회경제단체 등 다양한 지역사회 이해당사자와 전문가가 주민과 함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로컬랩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주민의 인정을 받아온 주축(앵커)조직을 거점삼아 더 많은 주민이 연결되게 하자는 앵커조직 지원사업이었다. 그리고 이 두 시범사업의 장점을 융합하여 ‘일상의 참여와 지역의제 해결을 위한 로컬랩 <2019 동네발전소> 사업(이하 동네발전소 사업)’이 탄생했다.
동네발전소 사업은 과연 어떤 사업이며,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일까. 이 사업을 통해 주민과 주민조직, 마을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김수경 서울마을센터 전략사업실장의 사회로, 전년도 로컬랩 사업의 기획과 금천구 총괄을 담당했던 ‘소셜 픽셔니스트’ 김산(사단법인 마을 이사)과 앵커조직 지원사업 기획단에 참여하여 사업개발과정부터 평가과정까지 함께한 이진영(청년아지트 강동팟 활동가)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두 분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작년의 로컬랩 시범사업과 앵커조직 시범사업에 각각 어떻게 결합하게 되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진영_청년아지트 강동팟에서 마을에서 청년이라는 의제를 가지고 활동을 해온 이진영입니다. 작년에 새로운 마을사업을 개발하려는데 참여해보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흔쾌히 결합하게 되었습니다. 기획단 활동을 돌이켜보면, 정말 회의의 연속이랄까, 정말 지난할 정도로 회의를 거듭했는데요(웃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을 1기 사업이 진행된 5년을 돌아보는 작업과 서울마을센터의 지향점, 그리고 기획단에 참여한 6명이 각각 해온 활동과 경험, 생각을 모으는 데만도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또 참여방안, 예산집행, 사업의 세부에 대해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합의를 해나가는 과정이 또 있었죠. 강도 높은 토론 과정을 통해 ‘이렇게 하나의 마을사업을 개발하는구나’라는 것을 실감했달까요.

김산_로컬랩 사업에 참여한 계기는, 우연에 가까운데요(웃음). 처음부터 뭔가 사업을 생각하고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작은 워크숍에서 제안했던 것이 아주 단기간에 큰 규모로 발전된 게 로컬랩 사업인데요. 제가 생각한 건,‘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사람과 그룹이 다양한 현장, 여러 지역에서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그것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을 바꿨을까?’라는 고민이었어요. 또‘참여중심적인 방식이 오히려 지역이나 사람들에게 부담이 된 건 아닐까’라는 고민도 있었고요.
먼저, 로컬랩이란 이름은 리빙랩이나 폴리시랩 같은 요즘 유행하는 랩(Lab, 현장 실험실) 형태를 빌려온 것인데요. 리빙랩이 기술의 변화를 이용해서 작은 단위의 넛지 효과를 극대화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을 던지는 것에 가깝다면, 폴리시랩은 만들어진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장에서 실험해보는 거죠. 우리가 한 로컬랩은 그 중간쯤? 현장의 문제를 탐구해서 제대로 정의하고 거기에 맞는 솔루션, 그러니까 정책까지 내는 걸 지향했고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내서 정책화할 수 있는 과정에 집중해보자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 리빙랩, 도시재생이나 공공미술 같은 사업과 로컬랩의 차별점에 대해 설명하는
김산 사단법인 마을 이사. 금천구 독산1동 로컬랩 추진단에서 활동했다.



사업 진행하며 로컬랩과 리빙랩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웃음). 또한 선정지역에 전문가들이 일정기간 들어가 주민의 삶을 바꾸는 ‘전문가 결합형 주민 참여 사업’과 다른 점은 또 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 사업들과 구분되는 로컬랩의 결정적인 차별점은 뭘까요?

김산_리빙랩은 현장에서 적용된 사례가 그 지역을 벗어나면 재적용되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지역적 특성을 극대화해서 사용하는 모델이거든요. 또 도시재생이나 공공미술 같은 사업은 이미 만들어진 정책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과정이거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도와 변화의 폭이 좁고요. 이미 만들어진 정책과 다른 방향의 얘기를 하기가 힘든 거죠. 로컬랩은 완전히 비워둔 상태의 현장에 들어가서 그 지역과 주민의 문제를 발굴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활용 가능한 정책의 원형을 만든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독산1동에서 나온 커뮤니티 케어(마을관리소) 정책이 마음에 들어서 다른 지역에서 실행하겠다고 할 때, 사실은 그대로 가져가서 실행할 수가 없거든요. 그 지역의 환경이나 자원이 모두 다르니까요. 거기에 적절하게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죠. 로컬랩은 정책이 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그런 변화를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그런 차이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로컬랩과 앵커조직사업은 마을 2기를 열며, 새로운 마을사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사업이라고 설명하는 김수경 전략사업실장.



완전히 짜여진 틀 속에서 주민이 한정적인 참여를 하는 것과 더 많은 영역에 주민이 개입 가능성을 가지고 정책 개발까지 할 수 있느냐가 핵심적 차별성이라고 설명해주셨네요. 이번에는 앵커조직사업에 대해서도 질문할게요. 그간 서울마을센터에서는 각종 성장기 주민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었어요. 주민모임 연합사업부터 동네단위 마을계획 사업, 마을과 학교 상생 프로젝트도 있었고요. 이런 사업들이 일정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지원정책이 유지되고 있지는 못해요. 그런 장점을 계승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 앵커조직사업인데요. 기존의 성장기 주민 지원사업과 앵커조직사업의 핵심적 차별성은 뭘까요?

이진영_기존의 마을공동체사업을 보면서 늘 느낀 게, 주민이 모여서 뭘 하고 싶다고 하면, 계획서 양식에 따라 사업을 만들고, 예산을 짜고 계획서대로 실행하고 정산을 하는 이런 식이었어요. 정해진 틀로 제도화가 되어 있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전 새로운 마을사업은 정해진 틀을 넘어서는 기획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했어요. 작년에 개발했던 앵커조직 지원사업의 핵심적 차별성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참여의 생태계’를 만든다는 거죠. 마을공동체에 참여하는 주민 말고, 말 그대로 누구나 부담 없이 마을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런 분들을 만나기 위해 활동가들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시범사업을 통해서 참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실험했는데요, 구로에서는 팝업 트럭을 청년들이 오가는 일정 시간대와 장소에 보내고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이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욕구를 파악해보는 활동들을 했었죠. 그런데 이런 다양한 주민을 만나려면 그걸 할 수 있는 단체나 활동가들의 강력한 힘이 필요하더라고요. 한 지역이나 거점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민의 욕구를 발견하고 문제해결까지 이어지게 설계하려면 지역의 상황을 잘 알고 네트워크를 할 수 있는 역량 있는 활동가와 조직이 필요하고, 그런 조직이 스스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 조직을 키우는 데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죠.



 

▲ 기존 마을사업이 가진 정해진 틀을 넘어 새로운 마을사업이 나오길 기대했고
그 결과 ‘참여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는 앵커조직사업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는 이진영 씨.



김수경_이진영 선생님이 하신 말씀에 더해 두 사업이 나온 배경을 조금 설명드릴게요. 1기 마을사업 평가에서 가장 뼈아팠던 지적이 “3인 이상의 주민모임을 등장시키는 것은 굉장히 잘했는데, 이 주민들이 조금 더 큰 조직으로 성장하면 지원받을 길이 적다. 언제까지 주민들을 씨앗기에 머물게 할 것이냐, 성장기 주민에 대한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앵커조직사업을 개발하던 시기에 누구나 들으면 ‘아!’하고 알 만한 주민조직들이 문 닫거나 임대료 상승 등으로 쫓겨나는 경우들이 있었고, 그게 저희에게도 적잖이 충격이었어요. 그러면서 성장기 주민조직에 대한 중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확인하게 된 거고요.
영국에 ‘참여도시’
(http://www.participatorycity.org/) 모델이란 게 있어요. 런던 번화가에 팝업숍을 열고, 두 명의 활동가가 파견되는 방식인데요. 한 명은 플랫폼 디자이너로 해당 팝업숍의 공간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다른 한 명은 일종의 주민조직가 역할을 하는 거죠. 참여도시 모델이 왜 만들어졌느냐면, 런던시의 공공사업 참여에 시민들의 참여가 3%를 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어요. 어떻게 해도 그 이상으로 늘지 않아서 시작한 거예요. 그들은 팝업숍에서 오가는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이웃과 함께 하고 싶다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3일 안에 무조건 성사시켜요. 그렇게 주민을 서로 연결하여 자원, 재능을 나누게 하며 진화하게 만든 모델이었어요.
마을공동체 주민 참여 역시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었기에 앵커조직 지원사업을 구상하게 됐고요. 런던과 차별점이 있다면, 팝업숍을 운영하는 두 명을, 공공 파견형태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오래 그 일을 해왔던 주축조직에게 부탁한다는 개념으로 전환하자고 한 거죠.



 

▲ 로컬랩과 앵커조직사업이 갖는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참가자들.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주민주도성을 높이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로컬랩 사업에 대해서 전문가 중심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산_주민주도성, 현장이란 말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진짜 현장은 지금까지 만난 3%도 소중하지만 나머지 97%의 주민들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동에 2~3만 명 정도의 주민이 있어요. 마을기획단 참여인원이 평균 100명 정도고, 주민자치회 참여인원은 50명 정도죠. 그 외 3인 이상 주민 모임 등이 있겠죠. 그렇게 한 동에 150명 조금 넘는 인원이 마을공동체 주민이라고 상정하면, 나머지 2만여 명은 미참여인원이거든요. 로컬랩에서 생각했던 현장은 그 나머지 주민이 있는 공간이었어요. 그리고 그 공간을 뚫고 들어가려는 노력은 예상했지만, 예상 이상으로 어려웠어요. 런던이 왜 3%를 못 넘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웃음). 그분들을 존중하고 그분들에게 다가가는 게 로컬랩 사업의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 중심주의라는 말은, 현장이나 전문가를 누구로 상정하느냐의 문제 같아요. 그동안 나온 정책들, 체감도 낮은 정책들만 나오는 현실에서 이런 걸 돌파하려면 주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 해결을 도와줄 전문가들과 여러 이야기를 묶어줄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들이 단계적으로 들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막상 해보니 주민은 주민대로, 전문가들은 전문가들대로 서로 ‘내 말이 맞아!’라며 주도하려고만 하더라고요. 지역의 문제해결이라는 큰 목적에 동의하고 그 아래 작은 기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를 생각했는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다중의 이해관계자가 있어서 갈등조정까지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셨군요. 그 외에 로컬랩 시범사업을 하며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뭘까요?

김산_일단, 기간이 짧았어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당 문제를 이해하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로컬랩 주체가 지역 의제, 예를 들어 환경(미세먼지), 교통, 주거재생, 복지 등 해당 주제에 대해 교수, 활동가, 이런 전문가의 의견을 지역의 목소리로 대변해서 조율해내려면, 학습이 필요하죠. 그것까지 고려한다면 6개월은 너무 짧은 거죠.
두 번째는 제너럴리스트의 부족이에요. 사업을 하다 보면 현장에서 튀어나올 의제가 여러 가지인데, 이 사회문제들이 독립된 개별적 문제가 아니라 다 뒤얽혀 있잖아요. 왜냐하면 어떤 사회문제든 오롯이 독립해 있지 않으니까요. 그럴 때 의제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해당 의제를 해결해서 다른 의제의 해결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일이 필요해집니다. 여러 개가 얽혀 있는 상황을 총괄적으로 보는 시선, 역할이 있어야 하고 그런 제너럴리스트가 큰 프레임을 짤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마을공동체에서 그런 인력을 육성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로컬랩 관련해서, 마을공동체 사업이 왜 꼭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하느냐, 공동체가 문제 해결을 위한 매개냐, 왜 현장주민에게 그런 것까지 요구하느냐는 비판도 나왔었어요.



 



김산_왜 꼭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하느냐, 거기에 왜 마을공동체가 참여해야 하느냐. 그런데 참여 자체를 강요하진 않거든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은 참여하면 되고, 아닌 사람은 안하면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 동네에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데, 지역사회가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실 수 있는 거죠. 로컬랩에서 정책을 만드는 과정까지 해보자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롯이 지역주민의 힘만을 도구로 쓰겠다는 게 아니라, 기존 행정이나 다른 힘을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끌어와서 쓰자는 의미거든요. 그래서 (이 제도나 정책이) 완성되고 나면 도리어 번거로운 주민의 직접 참여가 줄어들 수도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전 현실적으로 지금 단계에서 마을이 세상이나 지역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주민들의 숙의와 참여를 통해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을 공공이 지역과 함께 수행하게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은 충분히 지역사회 공동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겠죠.


사실 주민들이 진화하고 성장하는 데는 자연발생적인 필요의 확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살다가 해결이 필요한 어떤 문제를 맞닥뜨린 사람이 스스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말이죠. 그런데 지원정책이 결합하다 보니까 자꾸 ‘빨리 문제를 규정해’,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지를 갖고 들어와’ 이렇게 되는 거죠. 이게 과연 현실에 맞는 방식이고, 마을에 좋은 자원을 남기는 방법이 맞느냐는 물음은 이전부터 늘 있어왔던 것 같아요.



 

▲ 마을공동체를 얘기할 때 우연발생적이라는 특징을 안고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힌 이진영 씨.



이진영_로컬랩 사업도 그렇고 마을사업은 어떤 단계나 경로를 미리 정해두고 진행하는 것 같아요. ‘문제-해결’,‘욕구-충족’,‘계획-실행’이라고 하는 단선적인 접근이 일반적이죠. 전 그런 접근법이 놓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 꼭 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지? 해결방식은 누가 결정하는 거지? 계획한 건 꼭 실행해야 하나? 이런 질문들을 해보면, 정책, 지원사업으로 마을공동체를 얘기할 때, 우연발생적이라는 특징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런 건, 그동안 있었지만 안 보이던 것들일 거예요. 왜냐하면 기존의 분석틀에 없었기 때문에 안 보인 거거든요. 전 그런 것들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참여생태계’라고 할 때, 생태계가 갖는 모호함과 다양성이 있잖아요. 기존의 고정관념과 틀을 넘어서는 구상을 해보자는 게 ‘동네발전소’사업의 가치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모사업의 한계, 행정의 시간, 이런 사업을 수행해온 분들이 익숙해져버린, 어떤 경로에 대한 의존성이란 문제도 분명히 있을 거 같아요.


그 주제만 가지고 이야기해도 하루가 부족할 거 같아요(웃음). 그러나 시간 관계상, 주제를 전환해서 앵커조직사업의 경우는 어떤 아쉬움, 약점이 있었나요?

이진영_사실 성장기 조직을 돕는다 하는데 그게 어떤 건지 겪어보질 못했잖아요. 그래서 신기루를 잡는 느낌 같은 게 있어요. 시뮬레이션을 해보지 못했다는 불안함 같은 게 있고.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는데, 이 사업기간이 3년으로 정해졌잖아요. 3년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지원기간에 대한 아쉬움이 좀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앵커(주축)조직을 성장시키려고 할 때, 과연 그들이 준비가 되어 있을까? 너무 빠른 건 아닐까? 이런 고민도 하게 돼요. 준비되지 않은 채로 자원이 먼저 투입될 경우의 역효과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김수경_3년이라는 지원기간은 저희 역시 3년 단위 민간위탁조직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한계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올해 시작되는 ‘동네발전소’사업과 관련해서 조금 더 부연설명을 드릴게요. 저희는 앵커조직의 역할을 4가지로 설정했어요. 첫째 주민을 발견하고 초대하는 것, 둘째 주민모임을 연결하고, 셋째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넷째가 공동체 주축조직의 자기 자원을 축적하고 쉼과 재충전을 하자는 거죠. 그렇게 해서 최종적인 비전은 동 이하 단위 특정 거점 공간으로부터 반경 500미터, 즉 걸어서 10분 거리 안의 1%의 주민을 연결하는 거죠. 그걸 왜 해야 하느냐? 힘 있는 민간 리더,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숫자가 1% 정도가 아니겠느냐고 생각한 거죠. 이런 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주민을 참여하고 초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그 1%를 만들어가는 방법 중 하나가 로컬랩 같은 형식이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나왔고요. 그렇게 해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에서 인정받는 주축조직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 거죠.


 

▲ 동네발전소 사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참가자들.



동네발전소란 이름은 로컬랩 사업에서 따왔어요. 거기서 알 수 있듯이 동네발전소 사업은 로컬랩과 앵커조직사업의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융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이 사업에 거는 기대랄까,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산_로컬랩을 기획했을 때의 생각은,  시간이 충분하면 참여 주체가,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아직 조직화되지 않은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가지고 뭔가 할 수 있겠다라는 거였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앵커조직사업이 그런 걸 할 수 있게 열려 있는 거 같아요. 이렇게 상호보완적이 되어서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쌓이면 정책으로 갈 수 있는 건 정책으로 가고, 사업단위로 꾸려야 할 건 사업단위로 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로컬랩에서 제일 아쉬운 건, 진영샘이 말씀하신 것 같은 우연의 가치를 저도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 우연이 들어갈 자리가 너무 적었다는 점이거든요.

이진영_마지막 회의 때 3년 이상 중장기 지원인데, 사업의 어느 단계, 순서에 상관없이 주민 조직이 스스로 목표한 걸 달성했다면 졸업도 하고,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면 멈출 수 있게 휴학이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었거든요. 그게 사업공고문에 함께 올라온 동네발전소 FAQ에 반영이 되어 있더라고요. 졸업과 휴학을 결정하는 평가를 누가 할까? 결국 그건 그 사업을 수행한 당사자만이 할 수 있잖아요. 전 공모사업에 있어서 이런 메시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는 동네발전소 사업을 보고, 지금껏 있어왔던 사업의 짬뽕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 그 안에 변화를 요구하는 지점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5월이면 앵커조직이면서 지역문제도 해결하는 중대한 미션을 가진 5개 조직과 서울시 지역공동체과의 로컬랩 2개 팀이 선정되는데요. 선행 참여자로서 최종 7개 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김산_제 경험을 비추어보면 사실, 지역문제 해결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하면 지금 동네에 남아 있는 사회문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각 단위에서 열심히 시도했는데 다 안 된 것들이 남아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렇다고 그 실패에 낙담하시지 않았으면 좋겠고, 센터에서도 질책하거나 배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실패할 가능성 하나는 줄인 거거든요. 두 번째는 좀 더 나아질 수 있고요. 이렇게 시도하고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니까요.

이진영_작년에 기획단에 참여하고 시범사업을 수행하면서 좋았던 점은 서울마을센터의 협력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거예요. 이 사업을 지원해준다가 아니라, 함께 사업을 수행하고 협업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받았고, 그래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준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한번 도전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과적으로 실패를 한다 해도, 충분히 그 과정을 함께하려는 센터의 협업과 협력의 시스템을 믿고 새로운 사업 수행의 경험에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김수경_‘왼쪽 날개는 지역의제 해결로, 오른쪽 날개는 주민 조직화로 날겠다’고 공고문에 쓰여 있는 대로, 이 두 날개로 날아 앞으로 3년 후에는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주민주도적 주민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센터에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리_정지연(소소북스 편집장)
사진_신병곤


 
본 기사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온라인 뉴스레터 <서울마을이야기> vol.78호(2019.4.24.) 기사입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주시고, 전문 기사에 대한 링크를 걸어주세요. (단, 영리 목적에 의한 퍼가기는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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