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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마을 미디어

마을특집1ㅣ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마을 미디어
 

 



성북동의 가로수 그리고 다큐멘터리 <길들여진다는 것>   

평소처럼 성북동 길을 걷던 주민 K씨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성북동을 50년 넘게 지키고 있는 아름드리 가로수들을 잘라 내고 있었던 것. 처음에는 가지치기인가 했지만, 밑둥을 잘라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K씨는 어찌된 일인지를 물으며 바로 휴대폰을 꺼내어 그 광경을 촬영하였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곧바로 성북동 가로수 지키기에 돌입하였고, 몇 개월 동안 1인 시위, 주민서명운동, 플래카드 설치, 나무 지키기의 밤 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윽고 100여명의 주민이 참석하여 뜨거운 참여의 열기를 보여준 주민 공청회까지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특이한 점은 이 모든 과정을 자발적으로 촬영하고 취재하는 주민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어느 현장에든 카메라를 든 주민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이 이슈의 진행 상황을 따라가며 직접 마을 뉴스를 연속으로 제작하여 온라인으로 유포하였다. 마을 잡지에서는 이 문제를 다루는 기사들이 게재되기도 하였으며, 팟캐스트 라디오를 통해 나무를 지켜야 하는 필요성과 그 방법에 대해 많은 주민들이 의견을 제시하였다. 결국 구청에서는 나무를 다시 살리기로 결정하였고, 이 모든 과정을 생생히 담은 마을 뉴스 영상은 하나의 다큐멘타리 <길들여진다는 것>으로 제작되어 공동체 상영을 통해 성북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상영되어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성북동 가로수 무단 철거에 대응한 성북동 주민들의 자발적 활동을 담아낸 다큐 <길들여진다는 것> 의 타이틀 화면.



가로수를 자르는 것. 어떻게 보면 큰 이슈가 아닐 수도 있고, 지역 내의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주민들에게는 당장의 생활에 있어서 무엇보다 큰 이슈였으며, 민관의 소통에 대한 혹은 환경과 삶에 대한 절대 사소하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중앙 언론에서 지역의 작은 이슈를 모두 일일이 다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지역의 문제를 분석하여 의미화하는 것은 더더구나 그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당사자인 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제작된 콘텐츠는 미디어의 힘을 빌려 때에 따라 지역 내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지역 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많은 지역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보편적인 문제 제기의 사례로 확장되어나가기도 한다. 이는 물론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무엇보다 제작 과정이 쉬워졌고, 그 파급력과 확장성이 매우 커진 덕분이기도 하다.



 

▲ 성북마을방송 와보숑TV. 일상적으로 주민의 삶에 파고드는 마을미디어가 있어야 지역이슈를 다루는 콘텐츠는 발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



주민 네트워크와 일상의 마을미디어가 만날 때  

지역의 이슈와 문제에 대해 다루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통된 것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위 사례가 보여주는 가장 큰 차이점은 이러한 활동이 일상적으로 늘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나무를 지키기 위해 모인 특정 미디어 활동가 그룹이 아니라, 평소에도 마을 뉴스를 제작하고 마을 잡지를 만들고 팟캐스트 라디오 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주민들이 지역의 가장 큰 이슈가 등장하자 당연히 이에 대해 다루고 취재하고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초 발견자 K씨는 당연하게도 처음 촬영한 영상을 마을 뉴스 제작 주민에게 전달하였고, 이 밖에도 주민들이 지나가며 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들이 모이고 모여서 전 과정이 빠짐없이 마을 뉴스에 담길 수 있었다. 주요 현장에는 카메라를 든 주민이 항상 있었고, 이 또한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이었기에 주민의 카메라는 큰 제지 없이 나무 주변이든 공청회장이든 구청장실이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또한, 이 이슈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한 지역 주민들은 당연히도 마을 뉴스를 찾아서 시청하였고, 마을 잡지를 읽었으며 팟캐스트 라디오를 청취하였다. 일부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출연하여 의견 개진도 하였다. 이는 주민 사이에 네트워크가 평소에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마을미디어’가 일상적으로 마을 내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역의 기록과 소통의 공간, 때론 공론장으로 작동하는 마을미디어  

2012년부터 서울시에서는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이 진행 중이며, 서울 곳곳에서 수많은 마을미디어 활동이 다양한 형태로 지역의 특성에 맞게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위 사례뿐만 아니라, 마을미디어를 통해 지역의 이슈에 대해 주민들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었던 사례는 상당히 많다. 이를 테면 지역의 재개발 이슈(삼선동)나 화상경마장 설치 이슈(용산구), 중학교 폐교 이슈(강서구), 사학 비리 관련 이슈(동구여중) 등 지역에 주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마을미디어는 그 존재 가치를 드러냈고 이러한 콘텐츠는 조회 수 몇 천회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았다.(이는 이들 이슈와 관련된 지역 주민들 대부분이 콘텐츠를 접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잘 알기 힘든 기초의원 출마자들에 대한 정보를 마을미디어가 제공하였고, 방송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정책을 후보자에게 제안하기도 하고, 자체 선거방송(토론회)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 마을미디어는 주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언제든 할 수 있는 열린 공간,
동네의 다양한 이야기의 저장소, 지역의 현안을 토론하는 공론장이이어야 한다.



이러한 마을미디어의 활약은 소수의 미디어 전문가 혹은 활동가들이 이슈에 따라 뭉친 것이 아니라, 마을미디어가 일상적으로 마을 내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활동 가치는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을미디어가 지역의 이슈를 파헤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를 테면 지역 언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상적으로 마을 내에 자리 잡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마을미디어에게는 더 중요하다. 주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언제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열린 공간,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방송을 통해 출연 주민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계속 쌓이는 저장소, 동네 곳곳의 다채로운 면면들을 늘 촬영하고 중계하는 주민의 현장 카메라들, 마을의 역사와 현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마을 잡지들, 지역의 현안에 대해 다양한 토론이 오고가는 주민 공론의 장. 이 모든 것이 마을미디어이며, 그 존재 가치이고, 이것의 가치는 조회수와 인지도만으로 절대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마을미디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이처럼 주민과 호흡하는 마을미디어는 현재 완성형이 아니며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금이 ‘미디어와 콘텐츠의 시대’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 또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계속 커져 가고 있다. 필연적으로 마을미디어의 존재 가치 역시 더욱 커져갈 것이다.
또한 마을미디어 역시 조금 더 마을 속으로, 주민 속으로 파고들어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 사이에 네트워크가 좀 더 탄탄해져야 하며, 위 사례의 K씨가 그랬던 것처럼, 주민들이 당연한 듯이 지역의 소통 통로 및 공론의 장으로 마을미디어를 떠올리고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마을미디어가 지역에 젖어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마을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각 지역별로 마을미디어 단체들의 발굴 및 성장을 중점적으로 지원했다면, 이제는 그 단체들을 중심으로 지역마다 마을미디어의 연계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더 많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마을미디어에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역별 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설립하거나, 주민센터, 도서관, 주민 공간 등에 작은 마을미디어 공간(스튜디오)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주민 접근성을 높이는 것 등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서울마을미디어 라디오 공개방송 ‘지금은 마을 라디오 시대’의 모습




 
글과 사진 제공_박민욱(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

본 기사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온라인 뉴스레터 <서울마을이야기> vol.79호(2019.5.29.) 기사입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주시고, 전문 기사에 대한 링크를 걸어주세요. (단, 영리 목적에 의한 퍼가기는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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