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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만든 거주자가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 골목주민 상생하기 컨퍼런스

현장 공간을 만든 거주자가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 골목주민 상생하기 컨퍼런스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2016년 최초로 시행한 우리동네 행복한 골목만들기사업은 흔히 근린(近隣)이라 불리는 생활권 즉 골목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 사업이다.
골목은 실제적으로 주민들의 만남과 삶이 이뤄지는 곳으로, 그 안에도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한다. 안전, 경관 개선, 그리고 최근 문제가 되는 ‘둥지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자치구나 행정 동단위 마을사업과 달리 골목만들기 사업은 주민들의 관심이나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골목특화사업단에서는 사업 선정자들의 역량 강화 및 원활한 사업운영을 돕고자 우리동네 행복한 골목 컨퍼런스를 2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1차 컨퍼런스는 2016 서울시 마을주간 행사와 맞물려 10월 5일과 6일에 걸쳐 ‘젠트리피케이션’과 ‘골목 상생’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2차 컨퍼런스는 11월 22일 ‘쓰레기 문제’와 ‘골목 안전’이란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일반 주민들의 골목에 대한 관심을 제고한 것은 물론, 사업지기들이 상호 노하우를 나누고 상호 멘토링을 할 수 있는 관계 형성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  



 


 
 




2016 서울 마을주간에 ‘1차 우리동네 행복한 골목 컨퍼런스’가 열렸다. 2016 우리동네 행복한 골목 만들기 사업선정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원활한 사업 운영을 지원하고자 열린 컨퍼런스로 골목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젠트리피케이션, 유휴공간 활성화-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10월 5일, 젠트리피케이션을 직접 겪고있는 마포구 와우산로 그문화다방에서 ‘골목주민 상생하기’라는 테마로 컨퍼런스가 진행되었다. 1부는 골목 상권을 위협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에 대해 김지희(골목특화사업단) 씨가 사회를 맡고 구자혁(서촌꼬뮤니따 대표), 박영민(우리동네 나무그늘 상무이사), 김남균(그문화다방 대표) 씨가 각각 발제를 했으며, 2부 토론에는 우리동네 나무그늘의 김성섭 이사장이 사회를 맡고, 경국현(한국상가권리금연구회·부동산학과 박사), 김상철(노동당서울시당 위원장), 서윤수(우장창창 사장) 씨 등이 참여했다. 



 
1차 컨퍼런스가 열린 상수동 그문화다방 모습. 골목주민 상생하기란 주제로  다양한 젠트리피케이션 사례가 소개되었다.
▲ 1차 컨퍼런스가 열린 상수동 그문화다방 모습. 골목주민 상생하기란 주제로 다양한 젠트리피케이션 사례가 소개되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상인만의 문제가 아니다(서촌의 사례)
 

 
서촌의 사례를 발표중인 서촌 꼬뮤니따의 구자혁 대표.
▲ 서촌의 사례를 발표중인 서촌 꼬뮤니따의 구자혁 대표.
 


경복궁역 서쪽에서 문화공간 ‘서촌 꼬뮤니따’를 운영하고 있는 구자혁 대표는 “골목에서 장사를 하든 하지 않든 젠트리피케이션은 중요한 문제”라고 전제하고 서촌의 젠트리피케이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서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울 한복판에 오랜 건축물과 현대적 건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청와대 옆이고 경복궁 근처라 개발을 하지 못해 보전되기도 했고, 한옥보존지구라 높이 규제 때문에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없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맛집 TV 프로그램에 동네의 가게들이 나오면서, 수많은 외지인들이 오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위기를 겪고 있다.
서촌의 골목들은 조선시대 골목과 거의 일치하는 골목들이라 할 만큼 오래된 것들이다. 구자혁 대표는 골목의 역할은 모세혈관과 같다고 정의한다. “마을버스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5분 동안 계속 뒷사람과 같이 가는데 인사를 어떻게 안하겠는가? 인사를 하고 지내다 보니 서로가 잘 안다. 동네 사우나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동네일을 공유하면 반나절 만에 모두가 안다. 그런 곳에서 가게 하나가 생겼다 없어진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가게 하나가 없어져도 문제가 되는 이 동네는 최근 3년 동안, 통인시장부터 서촌 코뮤니따까지 100미터 되는 길의 가게 간판이 무려 35개나 바뀌었다. 미용실, 세탁소가 빠지고 카페가 생겼다. “집에 가는 길인데 누가 카페나 술집을 가겠는가. 다 외부사람을 위한 거다. 문제는 그 카페 하나 때문에 세탁소가 없어진다. 여기는 가게 주인들이 대부분 원주민이다. 다 같은 동네에 산다. 이웃이다. 하나의 가게, 세탁소, 미용실에서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공유하는데 가게가 하나 날아간다는 것은 추억이, 이야기가, 공간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그렇게 바뀌면서 월세가 올라가고 덩달아 집값도 올라간다. 임대인들이 재산권을 위해 가게를 내쫓게 되고 임차 이익은 동네에 남지 않는다. 구자혁 대표는 “마지막 5년차 계약을 얼마 전에 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 나갔다.
“자영업자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웃, 가족의 이야기다. 정규직이 안되고 취업이 안되고, 정년이 돼서 자영업자 대열에 서는데 12시간씩 바쳐 일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게 자영업자의 삶이다. 이런 상황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자영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동네의 변화는 임차상인들이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낄 것이고, 그 다음 여러분의 집값이 움직일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골목의 현황을 바로 보고,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의 경우 거기에 맞춰 다양한 방법을 찾고 모색해야 할 것”이라면서 마지막으로 골목특화사업단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다른 동네로 나오지 않게, 자기네 동네에서 재밌는 걸 찾는 골목 만들기를 하게 해달라”고.
 
 

 


 
마을 깊숙이 파고드는 젠트리피케이션
(마포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 사례)


 
뜨는 동네가 아닌, 마을공동체 공간까지도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발표하는 박영민 이사.
▲ 뜨는 동네가 아닌, 마을공동체 공간까지도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발표하는 박영민 이사.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지역공동체로 해결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
▲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지역공동체로 해결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
 

 
도시에서 마을은 공간을 빼놓고 형성되기 힘들다. 관계망에서 시작해 공간이 만들어지든 공간에서 출발해 관계망이 형성되든 간에, 공간은 진지이며 거점이다. 공간 없이는 관계망의 확장도, 새로운 관계망도 만들어가기 쉽지 않다. 올해 5년 3개월 된 마포구 염리동 우리동네 나무그늘은 그 사실을 역력히 보여주는 곳이다. 2011년 주민들의 거점공간, 대안공간을 꿈꾸며 오픈했던 주민카페는 이제는 5년 여의 시간 속에 2013년 협동조합으로의 전환, 2014년 마을기업 지정 등의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점치는 실험들을 통해 지역의 ‘마을회관’을 자임하는 공동체 공간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의 가장 큰 핵심은 1/N 정신. 책임도, 권한도, 참여도 모든 것을 조합원이 1/N로 만들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모든 조합원들에게 열쇠를’이란 슬로건으로 회원 누구나 공간의 열쇠를 갖고 스스로 공간을 개방하여 사용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우리동네 나무그늘 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마을 관계망이 작동하여 2013년부터 소금꽃마을네트워크를 만들어 작년과 올해 마을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마을넷 24개 단체가 있는데, 이곳이 마을회관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은 주민들이 등장하고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공간으로 꾸려지고 있다.
박영민 이사는 “마을이 에너지라는 사업으로 협동성과 협동가능성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새로운 모임을 만들고 손잡는 데 적극적이다. 그 결과 대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올해 만든 마더센터 소금꽃마을이다. 한축에는 공동육아와 어린이 터전이, 또 다른 한축에는 부모들과 아이들의 커뮤니티가 성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40, 50대에 머물지 않고 청년들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고. 그 외에 공동체은행 은행나무라고 하여 관계 속에서 공동체에 금융지원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논의도 지속중이다.

박영민 이사는 “이런 상황 속에서 마을 일을 해온 우리 역시 젠트리피케이션, 명도소송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예상치 못한, 아니 예상할 만한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첫 계약했을 때 3,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으로 출발한 공간은 매해 9% 인상을 거쳐 작년에는 월세 310만원까지 올랐고, 현재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30만원을 요구받은 상태다. 또한 권리금 반환 요구에 건물주는 보증금 1억에 350만원을 주지 않으면, 당장 나가라고 초강수를 둔 상황이다. 법원의 조정이 안 될 경우 다양한 법적 절차가 남아 있으나, 전례를 봤을 때 기대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동네 나무그늘은 ‘시민자산화’ 논의부터 성수동의 상생협약 사례, 마포구에서 지역 의제화하는 법,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에션 대책 등 다 알아보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박영민 이사는 “저희도 맘상모 단체다. 요즘도 여기저기 연대를 많이 나간다. 조례나 법으로 연대하고 막을 수 있는 게 생기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골목에 문화를 만들면 자본이 침식한다(상수동)



 
상수동 그문화다방의 김남균 대표는 상수동의 사례를 통해  골목문화가 사라질까 두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 상수동 그문화다방의 김남균 대표는 상수동의 사례를 통해 골목문화가 사라질까 두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맘상모의 열혈회원이자 상수동 그문화다방을 운영하며 ‘상수동 골목상권 지킴이’를 자처하는 김남균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 중에서도 ‘상가 젠트리피케이션’이 지금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표적 현상이라고 짚으며, 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현재 제도는 임대차 기간을 5년만 보호해준다는 거다. 최소 5년이어야 하는데, 최대 5년이 되고 있다. 그 동안 법을 크게 두 번 바꿨다. 처음에는 재건축을 이유로 쫓겨나는 사람이 많아서, 최초 계약된 재건축을 임차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쫓겨나지 않을 수 있게 바꿨고, 작년에는 권리금을 제도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우장창장 경우인데, 건물주가 바뀌면 모든 게 또 끝나버리는 거다. 이렇게 법이 정비가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계속 하는 게 과연 실효는 있을까 고민이 된다.”
그러면서 김남균 대표는 ‘이리카페’ 이야기를 들었다. 서교동에서 쫓겨온 이리카페가 상수동에 들어와서 골목을 잘 가꾸어 놓으니 다시 나가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당인리발전소 문화발전소 개발안이 부동산 호재로 작용해 그 근방 건물들이 1평당 3,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이리카페를 계기로 평당 5,000만원으로 오르고 그게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되었단 얘기다.

김남균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우려를 표함과 동시에 자신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고 있는 골목축제 얘기로 마무리했다.
“선데이파스타라는 골목축제를 6회째 하고 있다. 3회까지는 동네 어른들과 잘했는데, 어느 순간 동네 어른들이 등을 돌렸다. 그러더니 최근에 같이 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싫다고 했다. 땅값 올리려는 꿍꿍이 같은 게 보였다. 그런데 또 최근 바뀐 동네 회장님은 상생협약을 하자고 한다. 내년 2월쯤엔 해야 할 거 같은데 고민이 많다. 축제를 해도 플래카드, 포스터 붙이기도 조심스럽다. 부동산이 그걸 마케팅으로 쓰는 걸 봐서 그렇다. 축제 때문에 골목의 가게들이, 이웃들이 쫓겨나는 걸 보게 될까 두렵다.”
 
 



 
 

정리_정지연(소소북스 편집장)
사진_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본 기사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온라인 뉴스레터 <서울마을이야기> vol.48호(2016.12.28.) 기사입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주시고, 전문 기사에 대한 링크를 걸어주세요. (단, 영리 목적에 의한 퍼가기는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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