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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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방송, 서울 청년에게 민주주의를 묻다

세계는 지금 / 스위스 방송, 서울 청년에게 민주주의를 묻다


 
마틴 알드로반디 SRF 극동특파원, 김하연 통역사, 원준혁, 안중훈, 박상현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직원들.
(사진 왼쪽부터) 마틴 알드로반디 SRF 극동특파원, 김하연 통역사,
원준혁, 안중훈, 박상현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직원들.




 
지난 5월 11일,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이하 '서울마을센터')에서는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유래 없는 대통령의 탄핵과 뒤이어 치러진 한국의 대선을 취재하기 위해 방한한 SRF(Schweizer Radio und Fernsehen)의 마틴 알드로반디(Martin Aldrovandi) 극동 특파원과 서울마을센터 직원 3인방이 만난 그 현장을 들여다보자.



마틴 알드로반디 극동특파원이 속해 있는 SRF는 라디오와 TV채널을 보유한 스위스의 공영방송 채널이다. 대선을 계기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탐사하는 이번 보도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마틴 알드로반디는 서울마을센터에서 일하는 박상현, 안중훈(기획실 성과확산팀), 원준혁(기획실 사업개발팀) 등을 만나 궁금한 점들을 물어 보았다.
마틴 알드로반디 특파원은 ‘최순실 게이트’로 점화된 광화문 촛불시위가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조기 대선을 이끌어낸 데 주목하며, 한국사회에서의 민주주의의 놀라운 진전에 대해 듣고 싶어 했다. 나아가 공동체를 육성하여 시민의식을 함양하려는 서울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마틴의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은 서울마을센터 직원들의 질문 역공이 이어졌다.
참고로, 이번 인터뷰는 지난해 10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하여’ 포럼 개최로 서울을 방문했던 브루노 카우프만 IRI(Initiative & Referendum Institute Europe, 유럽 시민발의 국민투표 연구소) 대표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마틴 특파원이 서울 청년들과 나눈 인터뷰는 스위스 라디오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 마틴 특파원이 서울 청년들과 나눈 인터뷰는 스위스 라디오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마틴이 서울 청년들에게
 

마틴: 먼저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어떤 곳이며,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 말해 달라.

박상현: 저희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소속이다. 과거 고도경제 발전을 거치면서 서울은 공동체의식의 붕괴와 이로 인한 사회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우리 센터는 이런 공동체를 회복시키고, 이후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지역의 자치를 이루는, 즉 지역에서의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마틴: 공동체 회복과 지역의 자치 강화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박상현: 저희는 광역지원센터다. 서울시에는 각 자치구마다 저희와 같은 일을 하는 중간지원조직이 있다. 마을주민을 지원하는 지원사업을 통해 주민 개개인이 느끼는 문제나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돕고, 활동가들을 성장시키며 동시에 자치구의 중간지원조직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나가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원준혁: 지원사업에 대한 설명이 추가로 필요할 거 같다. 서울시의 마을지원사업은 주민 3명이 모여 개인의 욕구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제를 발굴하고,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겠다고 신청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신청된 서류는 센터에서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신청한 주민들끼리 모여서 주민 참여 심사를 거치고 그 결론에 따라 지원금을 받고 활동하고 직접 쓴 비용까지 스스로 정산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교육이나 상담 컨설팅은 저희 같은 광역센터나 자치구 중간지원조직에서 담당하고 있다.
 
마틴: 대통령 선거를 거쳐 정권이 바뀌었는데, 이런 마을활동이 정권교체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지도 궁금하다.

박상현: 우리 센터는 정부기관이 아니다. 서울시 보궐선거 당시에 박원순 시장이 내건 공약 중 하나가 공동체 회복이었다. 이런 서울시의 적극적인 의지로 만들어진 것이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이고 마을사업이다. 전국에 우리 같은 마을만들기 사업이 추진 중이고, 또 마을공동체기본법이 2016년 입법발의 되어있는 상황이다.




 
진지하게 질문을 경청중인 마을활동가들.
▲ 진지하게 질문을 경청중인 마을활동가들.



 
마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세계가 주목했던 것이 촛불시위였다. 이런 정치적 변화가 마을센터로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계기가 되진 않았나?

박상현: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이라는 사태에 대한 민의의 집결이라 볼 수 있다. 반면, 우리의 마을공동체 사업은 5년 가까이 되는 역사가 있다. 우리가 공동체 지원에 나선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한국은 대의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다. 투표 외에는 일상에서 정치 참여를 하거나 자치의 경험을 해본 일이 드물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에 참여하려는 의지나 노력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공동체의식 함양을 통해 시민성을 키워내자는 목적을 갖고 있다.
 
원준혁: 촛불집회를 통해 마을공동체 활동의 참여가 늘어났는가라고 묻는다면 답하기 어렵긴 한데, 마을공동체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이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SNS 등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박상현: 마을사업을 통해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런 경험이 계속 반복되면서 전체적으로 사회문제로 관심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는 건 분명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있는 마틴 특파원.
▲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있는 마틴 특파원.
 



마틴: 정확히 마을공동체사업이 하는 일은 무엇이며,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박상현: 예전에는 정부나 지자체가 어떤 것을 하겠다고 하고, 여기에 국민이 참여하는 형식의 사업만이 있었다면, 마을사업은 주민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서울의 마을 관련 정책과 사업은 5년 전에 시작되었는데, 초기에는 주민주도 사업에 대하여 주민과 행정 모두의 이해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5년간 마을지원사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약 13만 명의 주민들이 교육을 받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했다. 서울 시민의 약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수치를 더 늘려가는 게 우리의 목표 중 하나이고, 나아가 앞으로는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길 바라고 있다. 초기에는 공동체 활동에 대해 궁금해 하는 주민들에게 상담원과 간사가 직접 가서 상담하고 강의를 하는 ‘찾아가는 상담, 강의’ 등의 활동도 있었다. 센터에서는 이런 활동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치구마다 중간 지원조직이 생기면서 자치구에서 직접 주민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의 마을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개요를 설명하는 박상현 씨.
▲ 서울의 마을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개요를 설명하는 박상현 씨.
 



원준혁: 저희는 주민들이 원활하게 지원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행정과 결부된 절차들이 많다 보니, 용어도 그렇고 주민들의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희 같은 센터나 자치구의 중간지원조직이 주민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반업무를 돕는 거라 이해하면 될 듯하다. 서울시에도 지역공동체담당관이라는 전담부서가 있어 행정에서도 주민들을 지원 하고 있다.
 
안중훈: 사업 초반에는 모임을 만드는 걸 어려워하는 주민들을 위해 <모임 형성 기법>이라는 책자를 발간하여 모임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 <이웃만들기>라는 씨앗기 사업(초기 모임형성 지원 사업)이 있는데,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한 적이 없는 주민 3인이 모여 적은 금액으로도 스스로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시작할 수 있게 행정적 절차를 축소하여 주민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단계별 성장이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마팀: 사업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실제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를 말하는 건가?

박상현: 행정에서 ‘지원사업’ 그리고 이 일을 하는 주민을 ‘보조사업자’라고 불렀었다. 하지만 용어의 불편함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우린 이 주민들을 마을사업지기라고 부른다. 이분들이 실제로 돈을 버는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앞서 주민 3인이 모이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예를 들어 산후우울증 주부가 있고, 주변의 친구들과 함께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저희에게 신청하면, 이런 커뮤니티 활동에 100~200만원 정도를 지원해준다. 실제로 모임을 만들고 홍보하고 사람들이 모이면서 산후우울증이 완화되는 결과가 나온다. 또 예를 들어 아빠들이 중심이 된 아이들 축구모임이 있다고 했을 때, 이들이 단지 자기 아이들만이 아니라 지역 내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모임을 하겠다고 신청하면 활동비 차원의 지원을 해주는 거다. 이 아빠들이 아이들과 연말에는 김장을 담가 지역 독거 어르신에게 김장 나눔을 하는 등 점차 지역의 공익에 기여하는 모임으로 진화하도록 하는 게 우리 지원사업이다.
그 다음은 공간지원이 있다. 지역의 거점으로써 지역 커뮤니티의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뤄지도록 공간 운영하는 분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공간의 경우 임대료 문제도 있고, 인건비도 있고, 지원금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활동을 해서 지속가능성을 높여가려는 노력을 한다. 그렇지만 수익 활동이 목적은 아니다.




 
수익이나 영리가 주목적이 아닌 서울의 마을사업에 대해 설명중인 원준혁 씨.
▲ 수익이나 영리가 주목적이 아닌 서울의 마을사업에 대해 설명중인 원준혁 씨.
 



원준혁: 주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모임을 유지하려면 비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활동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에 ‘마을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인 셈이라 보면 된다. 그중 일부는 이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특산물을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모임을 스스로 운영하는 주민모임도 있다.

마틴: 초기에 센터가 생겨난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면서 공동체가 파괴되었다고 했는데, 경제의 급속한 발전이 어떤 식으로 이웃간의 끈끈한 관계를 없애게 되었는지 설명해 달라.

박상현: OECD 지수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 국민행복지수가 끝에서 두 번째다. 아동의 행복지수도 꼴찌이고, 교육과 삶의 질 등 모든 면에서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되면서 사회문제가 공동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치환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 독재정권은 시민들이 모이고 힘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 자체를 억눌러 왔다. 즉 정치적으로는 시민 스스로 모이고 논의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기회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었고, 신자유주의가 되면서부터는 돈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게 된 거다. 이웃 얼굴도 모르고, 나 하나만 잘살면 된다는 게 사회 기조가 되어 버렸다. 옛날에는 동네마다 바보가 있었고, 동네 전체가 그 바보가 살 수 있도록 돌봤다면, 지금은 시설로 보내 격리시켜 버린다. 경제적 양극화 속에서 중산층은 몰락해가고, 가진 자는 베풀지 않는 각박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해 우리는 공동체지수를 높이고자 한다. 실제로 마을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이 지역에 사는 게 행복해졌고, 더 오래 머물고 싶고, 이웃 관계에 만족하고 있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마틴: 이런 분들을 모이게 하고 조직화하는 데 있어 힘들진 않나?

원준혁: 개인의 필요에서 모임이 만들어지고 마을사업이 시작한다고 보기 때문에 시작이 그렇게 힘들진 않다. 예를 들어 육아는 개인의 문제지만, 내 친구나 이웃의 문제이고, 사회의 문제이다. 이런 걸 모여서 같이 돕고 해결하자는 건 의외로 쉬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시민성이 향상되기도 하고. 문제는 조직화 이후의 지속적인 운영의 어려움이다.




 
주민 3인만 모여도 마을살이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은 쉬우나  이후의 지속가능성이 어려움이라고 설명하는 원준혁 씨.
▲ 주민 3인만 모여도 마을살이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은 쉬우나
이후의 지속가능성이 어려움이라고 설명하는 원준혁 씨.
 


 
박상현: 더불어 다른 문제는 이렇게 모일 여유조차 없는 이들이다. 경제적 소득이 부족해서 생계활동에만 매달려도 힘든 저소득층의 경우, 하고 싶어도 모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런 이들을 마을활동에 어떻게 참여하게 하느냐가 숙제다.
 
마틴: 마을 참여에 있어 세대간의 차이가 나타나는가? 주로 어떤 세대가 많이 참여하나?

원준혁: 이슈별로 조금씩 다른데, 육아는 30대, 여성의 참여가 높다면, 에너지절약 같은 환경 이슈에는 40~50대의 참여가 많다. 청년들의 참여는 낮은데, 학업과 취업 등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박상현: 참여 비율로 보면, 청년은 10% 내외이고, 3,40대가 50% 이상이다. 20대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마을과 학교’라는 지원사업을 통해 초등학생부터 공동체 활동을 경험하도록 설계하고 있고, 또 대학 내 공동체 관련 학과를 만들어 지원을 하거나, 정치외교학과 같은 유사학과의 지역 관련 강의를 실제 지역의 풀뿌리단체나 마을단체와 연계해서 진행하도록 하는 ‘대학과 지역사회 연계’ 사업도 하고 있다. 서울시 내 10개 대학이 이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의식이나 참여도에서 연령별로 차이가 나는지 질문하는 마틴 특파원.
▲ 정치의식이나 참여도에서 연령별로 차이가 나는지 질문하는 마틴 특파원.



 
마틴: 이번 선거 투표율을 보고 놀랐다. 스위스보다도 높았다. 그걸 보고 이미 민주주의의 형성이 세대 전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편중이 되어 있다는 건 의외다.

박상현: 예를 들어 세월호나 최순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같은 이슈가 있을 때면 국민들이 너나없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선다. 그런 부분의 참여나 단결은 높은 편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일상에서의 정치 문제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참여가 높지 않다. 그럴 수 있는 기회에서 아예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변화가 있다. 예전엔 보도블록이 망가져도 구청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면, 이제는 고쳐보자는 움직임이 생겼다. 우리의 마을공동체사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그런 시민성을 키워나가자는  것이다. 사실 젊은층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은 세대인데, 박근혜 사태를 통해 투표의 힘을 깨우친 이들이 많아졌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내 삶과 정치가 크게 관련 없다고 생각해온 사람들이 정치가 망가지면 곧 내 삶이 망가진다는 걸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마틴: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정치 스캔들이 한국 사회 변화의 계기가 된 셈이다. 장기적인 변화로도 이어질 것이라 예측하는가.

원준혁: 우리끼리 이런 농담을 하곤 한다. 박근혜의 업적이 있다면,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참여의 마음을 먹게 한 것이라고. 실질적으로 정치가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불미스런 정치적 사태가 국민들에겐 도리어 민주주의의 순기능을  실감하고 깨우치게 한 사건이 되었다고 설명하는 안중훈 씨.
▲ 불미스런 정치적 사태가 국민들에겐 도리어 민주주의의 순기능을
실감하고 깨우치게 한 사건이 되었다고 설명하는 안중훈 씨.
 



안중훈: 국민들이 대통령 탄핵이 성사된 사건을 계기로 민주주의가 단지 다수의 의사결정으로 인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잘못된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바로잡는 게 민주주의의 순기능이라는 걸 알게 된 거다. 대통령이 잘못했다면 국민이 의견을 내고, 그게 하나의 목소리가 되면 바로잡을 수 있다는 걸 청년들이 느꼈으니까 민주주의의 미래를 봤을 때 이번 일이 순기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박상현: 예전에는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뭔지는 알았지만, 내가 진짜로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는 체감은 부족했는데 이번 일이 큰 계기가 된 게 맞다. 민주주의가 무엇일까, 국가가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마틴: 이런 변화가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변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나?
 
안중훈: 단순히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다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식이라면 민주주의가 어떻게 발전하겠는가. 일상에서 민주주의와 나의 삶을 연관해서 보고, 내 목소리를 어떻게 낼 것인지 방향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을공동체 사업이라는 게 결국 그런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청년들도 역으로 직접민주주의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스위스의 상황에 질문을 던졌다.
▲ 서울 청년들도 역으로 직접민주주의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스위스의 상황에 질문을 던졌다.
 


 



서울청년들이 마틴에게
 

Q: 스위스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어떤 식으로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먼저 답변하기에 앞서, 우리는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 평가하지도 않고, 평가할 입장도 못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놀랐던 것은 사회정치적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에서는 일단 100만 명이 광장에 나온다는 점이었다. 스위스는 300명 만 모여도 뉴스에 나올 정도인데, 몇 백만 명이라니, 촛불집회는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Q: 스위스에서는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주민이 직접 해결하는지 특정 기관이나 의회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스위스는 연방제 국가다. 각각의 마을이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시의회나 지방의회 같은 곳에서 결정한다. 예를 들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NGO 같은 단체를 찾아 맡기거나, 기금을 주고 이들이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서울식의, 국가에서 공동체를 지원하는 별도의 사업이 있는 건 아니다. 육아나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각각의 민간단체들이 있고, 이들은 스스로 단체를 운영하며, 해결방법을 풀어나가고 필요에 따라 펀드를 모으거나 한다. 보조금을 받거나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
 

Q: 이런 시스템이 따로 없는 이유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이미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공동체가 원활하게 돌아가고, 시스템이 만들어진 데는 어떤 촉발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A: 스위스는 기본적으로 각 지역의 사회문제를 연방제를 구성하는 각 지역 행정단위에서 해결한다. 그 단계에서 해결이 안 될 때는 중앙으로 보내는 다운-업 방식의 시스템이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업-다운 시스템인 것 같은데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차이 같다. 예를 들어 내가 살았던 동네는 작은 마을이어서, 마을의회에서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 논의도 하고 지역의 수영장 같은 시설의 수리 같은 문제들을 직접 해결한다. 대부분의 문제들이 이 단계에서 해결되기 때문에 중앙 정부의 지침이 필요 없다. 한번은 취리히에서 마약상이 많아지면서 마약 풍조가 만연했는데, NGO와 주정부가 함께 단속에 나서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스위스와 한국의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의 차이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는 마틴 특파원.
▲ 스위스와 한국의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의 차이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는 마틴 특파원.
 



Q: 스위스의 타운미팅 방식을 차용하여 우리도 마을계획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을 의제를 정하는지 궁금하다. 또 주민들은 어떻게 마을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가.

A: 해당지역마다 다른데, 대부분 1년에 한 번 정도 마을기금 운용을 위한 회의가 열린다. 이런 회의가 열릴 때는 마을의회가 몇 주 전부터 미리 공고하고, 지역 관련 이슈와 날짜를 정리해서 참석한다. 만약 개인이 마을의 문제에 대해 뭔가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바로 이런 마을의회에 참여하여 발언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직접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서명을 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 운동장을 만들자 같은 건 서명 받아서 마을의회에 전달하면, 그것이 곧 마을의제가 된다. 물론 마을의 크기에 따라 어느 정도 해야 효과가 있는지도 다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개인의 노력도 많이 든다.


Q: 그런 활동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 청년들의 마을 참여를 증대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공유해 달라.

A: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다. 스위스도 공동체 모두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투표율도 낮고, 서명운동도 어렵다. 자신의 개인 시간을 공동체 문제를 위해 할애하는 일은 스위스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또한 스위스는 단일하지 않다. 1848년 내전 이후, 연방제 국가를 구성해왔고, 그렇기 때문에 스위스 사람들에게는 ‘지역 자부심’이라는 게 강하다. ‘스위스 국민이라는 말보다 나는 취리히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게 더 익숙할 정도이고 그렇기에 지역사회나 작은 정부, 연방제 같은 것들이 잘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다.
청년 참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라는 질문은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일단 사람들에게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 머물다 보니 집회와 결사, 표현의 자유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반면 스위스인들은 그 권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면이 있다. 그렇기에 교육이 중요하다. 더 많은 민주주의의 강화, 참여 민주주의를 위해 브루노 카우프만이 운영하는 IRI 같은 민간단체의 활동도 그래서 중요하다.




 
스위스 역시 청년들의 공동체 활동 참여는 어렵다는 얘길 듣고, 공감하고 있는 참석자들.
▲ 스위스 역시 청년들의 공동체 활동 참여는 어렵다는 얘길 듣고, 공감하고 있는 참석자들.
 



Q: 스위스 하면 직접 민주주의가 떠오르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에 열리는 주민총회)이다. 주민발의, 주민투표, 광장투표, 공개투표 같은 게 우리가 아는 모습인데, 실제는 어떤가?

A: 란츠게마인데를 하는 지역은 스위스 외곽의 일부 마을로 줄었다(*현재 2,716개의 게마인데, 26개 칸톤―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단위―중 란츠게마인데 전통이 남아 있는 곳은 2개 칸톤에 불과하다-편집자 주). 비밀투표가 아니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기도 한다. 란츠데게마인데를 하지 않은 곳들도 마을의제가 있으면 투표를 하고, 결과가 나오면 일종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정해진 결과에 따라야 한다. 비록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정되면 따라야 한다.
 

Q: 모든 주제에 대해 란츠게마인데로 진행하는지도 궁금하다.

A: 오해를 줄이기 위해 말하자면, 란츠게마인데는 투표의 한 방식일 뿐이다. 종이투표 같은 투표의 한 방식으로 거수로 찬반을 가리는 것이다. 주제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동물실험 관련 투표를 했는데, 동물실험 반대론자가 아니라 제약회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졌다. 또 한 지역에서는 돈 많은 부자들이 산악지대에 별장을 짓는 것을 제한할 것인가를 두고 투표가 진행됐다. 문제가 많다는 입장과 경제발전의 기회라는 입장 차이가 있었는데 논의 끝에 투표에 붙여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안건은 정부가 낼 수도 있고, 앞서 말했듯 개인이 서명을 받아 안건화하기도 한다.
 
박상현, 원준혁, 안중훈: 여러모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바쁜 시간 내주어서 감사하다.




 
인터뷰를 끝내고 센터에서 기념사진 촬영도 진행했다.
▲ 인터뷰를 끝내고 센터에서 기념사진 촬영도 진행했다.
 




 
 

정리_정지연(소소북스 편집장)
사진_정상현(포토그래퍼)
 

 
본 기사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온라인 뉴스레터 <서울마을이야기> vol.52호(2017.5.31.) 기사입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주시고, 전문 기사에 대한 링크를 걸어주세요. (단, 영리 목적에 의한 퍼가기는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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