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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공간을 다시 생각하다

정책웹진 '서울마을' 제6호공동체 공간

 
 
공동체 공간을 다시 생각하다


서진아
전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
 
 
 
# 서울에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이 없으면 자기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설령 맞벌이를 하더라도 그렇다. 나 또한 결혼생활 29년 동안 모두 11번의 이사를 했다. 지난 번 살던 전셋집에서 6년을 살았으니 2년마다 한 번씩 이사를 한 셈이다.
아이들이 독립하면 시골에서 내 집 갖고 살아야겠다고 몇몇 뜻 맞는 사람들과 대지를 마련해 집을 짓는 꿈을 꾼 지 2년째이지만 아직 인허가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집 짓는 동안 마음고생 하느라고 10년씩 늙는다고 말한다.

# 우리 동네에 있는 오래된 건물 1층에서 30여년 간 고깃집을 운영하던 부부는 결국 문을 닫았다. 몸을 상해 가며 일을 했지만 인건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새로 파스타집이 들어왔는데 채 1년도 되지 않아 가게가 절반으로 줄고 그 절반의 공간에는 곱창집이 들어왔다. 파스타가 맛있다고 했지만 손님이 통 안 보이는 게 곧 문을 닫을 것 같다.

# 최근에 이런저런 모임 때문에 공유공간을 이용했다. 종로2가 민들레영토, 종각 마이크임팩트, 토스, 성수동 카우앤독 등. 비용은 커피 값이나 사람 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1만 원 정도였다.
공간의 크기는 둥근 테이블을 놓고 댓 명이 앉을 수 있는 방에서부터 10명, 30명, 50명 규모의 회의실, 강의실 등 다양했다. 오래된 민들레영토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새롭고 세련된 공간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서울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유지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가족들이 머무는 공간, 먹고 살기 위한 생계 수단으로서의 공간 등도 어려운데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조성·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이 들까. 이 힘든 일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 쉽게 이루려고 하면서 잘 안 된다고 좌절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슬럼가가 없는 도시라 한다. 시민자산화에 대한 해외 사례를 보면 경기 침체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살던 사람들이 떠나 비어 있는 공간들이 늘어나는 곳들을 중심으로 시민자산에 대한 시도가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처럼 부동산 광풍이 일고 슬럼화를 피한 도시는 없는 것 같다. 서울에서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할 때 더 치열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다고도 할 수 있는 공유공간은 공동체공간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던져준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단장을 하고 공간 대여를 하고 있는 공유공간이 공동체공간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공간 운영의 주민 주도성이 하나의 대답이 될 것 같다.
한편 주민 주도 방식은 그만큼 주민의 책임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 그 피로도와 유지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없는 민간 기업에 의한 공유공간은 공동체공간의 필요성을 줄여 주지 않을까? 또 하나의 대답은 지역 사회에서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공동체의 네트워크가 민간 기업의 공유공간에서는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공동체공간이 단순한 활동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활성화와 네트워크를 목적으로 하고 실천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미 조성된 공동체공간의 활동 양식을 잘 들여다보아야 할 지점이다.
그동안 공동체공간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서울시 2기 마을공동체기본계획 연구보고서(서울연구원, 안현찬·구아영)」에 의하면 공동체공간의 개수가 많은 자치구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의 선정 건수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마을공동체 활동에서 공동체공간의 필요성을 보여 주고 있다.  

 
 
자치구별 공동체공간 개소와 선정사업 건수 비교
출처 : 서울시 2기 마을공동체 기본계획 연구보고서 (서울연구원, 안현찬·구아영)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서울시는 공동체공간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인테리어 비용 지원(우리마을공간지원사업, 마을예술창작소), 사업장 공간 임대료 지원(마을기업), 주민센터 자치회관 리모델링(찾동 마을활력소), 가압장 등 시·구 유휴공간 리모델링이나 매입 후 리모델링(마을활력소, 마을배움터) 지원 등이다. 그 결과 마을예술창작소, 마을기업, 우리마을공간 등만 하더라도 적게는 3개소에서 많은 자치구는 20여개소에 이르는 등 모두 331개의 공간을 지원하였다(2016년까지 통계 기준).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지원한 공간 이외에, 주거환경 관리사업의 앵커 시설인 커뮤니티 센터, 복지관과 각종 센터에서 대여하는 공간, 평생학습관, 작은 도서관, 주민센터의 자치회관 등등 민선 5기 이후 지역 사회에 활용할 만한 공간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원의 결과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2017년 74명의 공간운영자 면담조사와 293명의 이용자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들 공동체공간은 자율성과 공공성은 높은 반면 자립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하고 있다. 게다가 인건비를 정상적으로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48.6%가 적자 상태라고 한다.
 
많은 공간들이 생겨났고, 기존의 공간을 유지·관리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마을 의제의 우선순위에는 어김없이 공동체공간이 등장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간과해왔던,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체 해왔던 문제들이 등장한 것은 아닐까.
SBS TV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정말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사람들이 식당을 오픈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식당에서 일해 본 경험도, 자기가 만들고자 하는 음식을 좋아하지도, 다른 식당을 다니면서 먹어 보고 연구하지도 않은 채로 식당을 열고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낸다. 왜 장사가 안 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나 개선의 노력도 없이 방송의 힘을 빌려 손님을 끌어보고자 하는 욕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공동체공간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이번 웹진에서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공동체공간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자 하는 여러 가지 글들을 실었다.

지난 9월 행안부, 복지부, 국토부의 세 장관이 모여서 업무 협약을 하기도 한 광진구의 공유공간 ‘나눔’은 시민자산을 이룬 곳이다. 협치서울지역협의회에서 ‘나눔’을 방문하여 시민자산화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민동세 대표님은 웃으면서 실질적인 소유는 은행인 셈이라고 이야기했다. 현재의 ‘나눔’이라는 공유공간이 있기까지 10여 년 동안 광진주민연대를 비롯한 지역단체, 주민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박용수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시민자산화를 이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왜 공동체공간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준다. 사업장으로서의 공동체공간, 필요성이 아니라 활용 계획에 따른 공간, 소비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지는 공간 등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을 정확히 이야기해주셔서 울림이 있다.
 
마포마을활력소는 서울시가 일반 주택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고 마을에 위탁을 맡긴 곳이다. 주민들은 성미산마을회관을 꿈꾸었다. 하지만 행정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결과는 마을활력소이고 위탁이 되었다.
손정란 선생님의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마을의 토대가 되기 위한 공동체공간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던져주고 있다. 행정이 지원을 한다는 것은 시민의 세금을 쓰는 일이다. 주민들이 꿈꾸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행정의 지원이 있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고, 그 지원이 마중물이나 단비가 되기 위해서 주민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박동광 성북 무중력지대 센터장은 민간에서 공간을 활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의 눈높이에 맞는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지원 정책을 제안하고자 칸막이 혁신, 성과 혁신, 기관 혁신 등 다양한 키워드를 활용하여 지원 방안을 제안한다. 민간의 입장과 시선이 잘 반영되는 서울시 공간 정책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준학 팀장은 현재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에서 공간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을 초창기부터 담당하면서 그 어떤 활동가보다도 공동체 활동에 대한 애정과 주민주도에 대한 가치를 지켜 내기 위해 애쓰는, 보기 드문 공무원이다. 공동체공간의 활성화와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서울시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서울시가 하고자 하는 공간 지원 사업은 과연 주민이 필요로 하는 지원과 맞닿아있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서울마을센터가 해왔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공간 사업에 대한 소개는 이지연 팀장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새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공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센터의 계획이 마을 현장에서 시너지를 내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 주기 바란다.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사업을 총괄하는 공무원으로 일할 때, 여러 업무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공동체공간에 관한 것이었다. 공동체공간을 담당하는 팀장은 해마다 자리를 옮기고 싶어 했고 실제로 다른 팀이나 아예 다른 부서로 옮겨 갔다. 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가장 많이 지적을 받는 것도 공간 사업에 관해서였다. 다른 공동체사업 보다 건당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해 불안하기는 공무원이나 시민이나 마찬가지이다.
몇 년에 걸쳐 공동체공간을 조성 운영하기 위한 노력이 행정이나 주민 주체에게서 나왔지만 아직 초창기 단계라고 본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행정이 아니라 주민들에게서 나와야 할 것이며, 이번 웹진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길 바란다.




 


 
본 글은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정책웹진 <서울마을>의 제6호 '공동체 공간'에 실린 글입니다. 정책웹진 <서울 마을>의 다른 글은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www.seoulmaeul.org) 에서 이용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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