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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는 마을 공간 주인 되기

정책웹진 '서울마을' 제6호공동체 공간

 
 
꿈을 이루는 마을 공간 주인 되기


이준학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 공동체공간조성팀장
 
 
  
공간(空間, Raum, espace)이란 사람이나 사물이 점하고 있는 장소 또는 인간의 활동이 행해지는 장이나 물체의 운동이 그 속에서 전개되는 넓이를 말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2018년 청계천변을 거닐어 보았는가?
조선 세종 시대에 청계천변을 걸었다면 이마를 찡그렸을지도 모른다. 이름 그대로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을 세종은 하수도 용도로 사용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일제 강점기인 1940년, 복개 공사로 인해 청계천은 사라지게 된다.
한 장소가 시대에 따라 형태가 변화되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시키는 장소감이 형성된다.
세종 시대의 청계천은 코를 막고 걸어야 하는 장소이고 일제 강점기의 청계천은 콘크리트 길이였다.
2018년, 오늘의 우리는 청계천변을 따라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와 물 흐르는 소리와 연인들이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가득한 장소감을 갖고 있다.
 
공간은 고정적이고 정체된 상태로 계속성·지속성을 갖지 않는다. 그 안에서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특성이 더 많다고 봐야 좋을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과 소통하는 공간, 공유 플랫폼으로서의 공간, 주민자치 실현의 장으로서의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중 하나인 서울시 마을공동체 공간 지원 사업은 마을예술창작소, 마을기업, 우리 마을 공간 지원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예술창작소는 문화정책과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다. 주민 스스로 가까운 일상에서 생활 속 예술 활동을 통해 문화적 삶과 공동체를 실현하는 장소를 뜻한다. 주민이 직접 운영하고 누구나 참여 가능한 생활문화예술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강습 프로그램 중심의 기존 문화센터와 차별성을 갖는다.
 
마을기업은 주민 욕구 및 지역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마을 주민의 자발성에 바탕을 둔 협동조합 원리의 사회적 경제 조직을 뜻한다. 안정적 일자리 창출 및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2010년 행정안전부 주도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중앙정부 사업은 서울시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고, 지원 종료 후 자립할 수 있는 세부 지원책이 부족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은 2012년부터 마을기업 육성 프로세스와 공간임대보증금 융자를 제공하는 서울시 마을기업 사업을 병행 추진하였다.
 
우리 마을 공간 지원 사업은 마을사랑방, 마을쉼터 등 다목적 공동체 공간의 조성과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에서 주도하여 추진하던 것을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현장 밀착 중심으로 추진하도록 2017년부터 자치구 마을부서와 마을센터(중간 지원 조직)가 협력하여 주민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공간 지원 사업은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하여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례 규칙에서는 공간 지원 사업에 최대 5년 간 5회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근거를 두고 있다. 좀 더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궁극적으로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관계망을 회복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지원 횟수를 설정한 것은 참여를 희망하는 많은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 동안은 지속가능한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공간지원 사업을 시작한 지 6년이 지난 지금, 지원을 받은 지 5년이 지난 공동체 공간 대부분이 안정적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임대료 상승으로 공동체 공간의 대안으로 운영되던 곳이 문을 닫거나 장소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속가능한 활동에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해 보고자 서울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지속가능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지원사업의 방향성을 변경해 보기도 하고(마을예술창작소가 비슷한 역할의 서울문화재단의 생활문화지원센터 조성 사업과 연계를 꾀하는 것, 우리 마을 공간 지원 사업을 자치구에서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 추진해오고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시 차원에서 좀 더 근본적으로 지속성을 확보하여 공동체 공간이 운영될 수 있도록 공공 공간을 공동체공간으로 조성하여 시민에 제공하는 마을활력소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마을활력소 사업은 마을에 방치되어 있는 공공 공간을 주민 주도로 리모델링하여 마을공동체 거점 공간으로 조성한 사례이다.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관악구 신림2 가압장
1)에 조성한 행복나무 마을활력소이다. 주민 자율 운영을 위해 2015년에 주민 주체를 모집하였고 모집된 주민이 주체적으로 설계부터 운영에까지 참여하였다.
소요 경비는 서울시의 지원 없이 공간 운영을 통해 주민이 직접 부담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였는데 운영 중 주민 주체 간 갈등이 있어 서울시가 주민 주체와의 협약을 해지하고 2017년 8월부터 직접 운영하게 되었다.
2018년 8월 서울시는 주민 주체를 다시 모집하였고 주민 주체를 촉진할 수 있는 두 명의 마을활력소 운영자를 채용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행복나무 마을활력소는 현재 마을활력소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그에 맞는 공간 운영 체계 마련, 공간의 주민 자율 운영 실천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 주민역량을 개발하는 주민공동연수 프로그램(공감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1) 가압장 : 수도 시설의 일부로, 수압을 높여서 고지대 등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시설


두 번째 사례는 서대문구 천연 가압장에 조성한 천연옹달샘 마을활력소이다. 행복나무 마을활력소보다 조금 늦게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행복나무는 처음부터 주민이 직접 경비를 부담하며 운영한 반면 천연옹달샘은 모든 운영은 주민 주체가 하고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서울시와 서대문구에서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 번째로 민간 공간을 매입하여 공동체 공간으로 조성한 사례로 마포구 성미산마을회관 마을활력소가 있다.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여 마을 활동의 거점 역할을 하던 곳이 없어지게 된 마포구 성미산 지역에 마을활력소를 조성․운영하여, 마을공동체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주민 커뮤니티를 공고화하기 위해 조성하였다.
운영은 성미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민 단체가 하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는 환경을 활용하여 3년이라는 협약 기간 동안 마을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주민들을 참여하게 하는 것, 외부지원 없이 주민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마을활력소를 실질적인 주민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자산화 전략을 위한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실행한다.
 
주민이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공동체 공간과 행정에서 만들어 운영하는 공동체 공간 모두 주민의 마을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주민자율운영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해법을 찾아보고자 지역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과정 속에서 필자가 느꼈던 고민이 있다.
 


마을공동체와 공동체 공간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기존 주민만으로는 공동체공간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새로운 주민을 얼마나 많이 참여하게 할 수 있는가가 공공성과 지속성을 갖출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이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7년이 넘어가고 있으나 주민참여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 같진 않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참여와 관심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자문해본다. 초기 주민모임의 경우 서로의 친목 활동, 즉 이웃 만들기로 시작했다. 인사조차 나누지 않던 아래, 윗집이 이젠 골목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내 문제를 털어놓고 우리 문제를 함께 풀어갈 궁리까지 이끌어 내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문제를 함께 풀어가려면 서너 명으로는 어렵다. 집단지성을 모으고 추진할 동력이 되는 주민이 모여야 하고 그 주민들이 모여 논의할 공론장(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생활상의 필요한 욕구를 마음 편히 나눌 수 있는,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허용되는, 그러면서도 안전한 공간은 어디일까? 지금 우리들은 지속적인 초대로 주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주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공동체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환영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공동체 공간은 어떤 주민을 위한 공간이어야 할까?

주민의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마음 맞는 주민끼리 마을에서 주민 활동을 위해 공간을 직접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는 곳도 많이 있다. 그런 공간들 중 행정에서 가치를 인정하여 공적으로 지원을 해 주기도 한다. 공적 지원을 받은 공간은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기존 주민 모임 또는 기존 주민 단체의 공간으로만 사용되어 공공성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한 공간에 작은 품이라도 보탠 사람은 필연적으로 그 곳에 주인 의식을 갖게 된다. 이미 만들어진, 누가 만들어준 공간이 아니라 벽돌을 쌓아가듯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품이 쌓인 공간은 그 품들이 크든 작든 주인이 되는 것이다. 주인으로서 그 공간을 이용하고 그 공간 안에서 공론장을 형성해서 서로의 고민을 함께 궁리하고 풀어가는 과정을 공유할 때 비로소 사람들은 ‘공공성이 있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 공간을 활용하다 보면 공간 인근 주민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공동체 공간이라고 해서 그 동네의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건 아니다. 과연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필자는 지금도 답을 찾아가고 있다.
 


공동체 공간, 마을활력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행정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마을활력소는 공공 공간이므로 모든 주민에게 열려 있다. 그러나 이곳 또한 모든 주민이 모여서 활동하기에는 공간적 제한이 있다. 그래서 마을이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주민이 모여 결정하여 해답을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행정에서는 주민들이 논의하고 기획하고 실천하는 마을회관, 공론장, 마을관리사무소, 기획실, 중개소 등의 역할을 바라며 마을활력소를 만들었으나 공동체 공간을 활용하여 어떻게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것인지는 주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주민과 공간을 이야기할 때마다 이 고민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주민들의 욕구에 의해 공간을 조성하기도 하고 주어진 공간을 통해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정치학자 마거릿 콘이 쓴 「래디컬 스페이스(Radical Space, 2013)」에서는 공간의 기능과 역할이 서로 다른 공간인 협동조합, 민중회관, 노동회의소가 소외된 주민들의 진정한 교류 공간으로서 갖는 5가지 공통점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내부자와 외부자의 구별이 미약해서 다양하고 이질적인 집단들이 모일 수 있는 개방적인 곳
둘째, 개방적인 동시에 회원들에게 강한 소속감을 주는 곳
셋째, 단순한 사교 공간이 아니라 어떤 공동의 가치와 실천을 보유한 곳
넷째, 누구나 발안하고 토의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운영원리가 통용되는 곳
다섯째, 회원들의 집단적 운영으로 물리적, 경제적 혜택을 나누는 것이 사회적 연대와 정치적 실천의 토대로 이어지는 곳
- 마거릿 콘, 「래디컬 스페이스(Radical Space, 2013)」 中

위의 5가지 공통점을 보면서 필자는 사람이 모이고, 모이는 공간을 꾸려가는 과정이 현재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후대의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다시금 주목해본다.
마을활력소에서 마을 총회를 경험한 아이들은 그 공간을 놀이터일 뿐만 아니라 마을의 일을 함께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이들 스스로의 결정권을 행사했던 자치의 장으로도 인식한다. 이것이 확산되어 학교, 사회에서도 건강한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논의하고 결정하여 실천할 수 있는 주민은 마을에 있나?

생활 속 공간은 어찌나 다양한지. 주말마다 사람들로 북새통인 대형마트와 같은 소비의 공간에서부터 때로는 한둘, 때로는 수십 명이 드나드는 마을활력소와 같은 공동체 공간에까지 스펙트럼이 참 넓다는 생각이 든다.
이토록 다양한 공간 중 주민 주도의 장을 펼쳐가는 공간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 스스로 챙겨간 컵에 차를 타 마시기도 하고 쓰레기가 있으면 먼저 본 사람이 치우기도 하고 마을에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모여 이야기 나누는 소중한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
그런데 그 공간을 주민이 직접 마련하여 운영하는 곳은 논의하고 실천하는 주민 주체가 이미 있는 반면 행정에서 제공한 공동체 공간은 실천하는 주민 주체를 이제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두 가지 유형 모두 주민 주체의 자치 역량에 따라 공간의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달라진다.
공간은 주민에게 진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다. 작게는 운영 시간부터 시작해서 공간의 운영 방법을 정하고 운영의 큰 맥락을 잡아가는 과정을 민주적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제안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비록 첫 걸음은 비틀거리고 미약할 수 있지만 다리의 힘을 키워 당당히 걷는 그 날까지 안전한 공간 안에서 연습하는 주민들이 조금씩 조금씩 모이고 있다.
 


주민과 행정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가?

이런 공간에서의 활동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주민이 직접 마련하여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자금 마련 방법은 다양하다. 회비를 걷거나, 후원을 받거나, 행정 지원을 받거나.
후원이나 행정 지원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제한적이다. 지원자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제도적으로 지원을 의무화하지 않는 이상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받을 확률이 낮다. 현 구청장이 이전 구청장의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마을에서 자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단계적으로 역량을 높여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행정에서 마을 활동을 나 몰라라 해서도 안 된다. 주민과 행정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주민은 행정에서 해주겠지, 행정은 주민이 스스로 나섰으면 한다.
하지만 사업은 행정의 필요에 의해 추진된다. 주민은 행정의 사업을 받아서 진행하기 바쁘다. 주민의 필요에서 시작된다기보다는 행정에서 하고자 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보조자 역할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지원을 받는지 여부보다는 주민이 주도적이고 자주적인 활동에 앞장섰는지가 중요하다. 혼자는 힘들다. 그간 함께 해온 주민들, 지역 의원들과 함께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 구청장과도 정기적인 만남을 요구하고 이야기 나누어야 한다. 특정 모임이 아닌 마을과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단체장이 바뀌어도 마을과 주민들을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주민이 요청하여 만들어 간다면 마을 활동이 만만하고 할 만한 활동으로 변화되어 갈 것이라 본다. 많은 주민들이 모여 공론 활동을 하는 것은 필수다.
 
마을공동체 사업 초기에 마을 활동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주민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바구니 예산 구조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으나 행정의 체계 속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포기는 이르다는 생각을 해본다. 행정에서 어렵다면 마을에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자산을 담는 바구니(마을 자산)와 의견을 담는 바구니(공론장)를 만들어 주민이 자금을 모으고 사용하는 것을 논의하고 결정하고 실천하는 체계로 말이다.
여기서 자산 바구니는 지원을 받아 만들 수 있지만 논의 바구니는 주민 참여가 기본이 되어 주민 스스로 해야 한다. 아마도 주민자치가 꿈꾸는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주민의 욕구에 의해 만들어져야 할 공동체 공간-
그렇다면 주민의 관심이 적은 곳에는 덜 만들거나 만들지 말아야 하는가?


주제를 공동체 공간 조성을 위한 행정의 역할로 좁혀보자. 주민들의 공론과 실천 경험이 쌓이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마을 공간을 어떻게 주민 주도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서울시에서는 마을 공간을 지원할 때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주민의 역량, 참여 정도, 주거 형태 등 다양한 지역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률적으로 공간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상황에 맞는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도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은 씨앗기․새싹기․성장기, 점․선․면, 주민모임형성․실행사업․공간사업․마을단위사업 등으로 불리며 마을 활동 수준에 따라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마을 공간도 처음부터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주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상황과 욕구가 있을 때 공간이 만들어져야 하는 게 기본이다. 그렇다면 주민의 관심이 적어 마을 활동이 상대적으로 없는 곳은 공간을 만드는 게 불가능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고민이 깊다. 바로 마을공동체에서 중요한 가치로 보고 있는 당사자주의와 보충성의 원칙 때문이다.
당사자주의와 보충성의 원리는 행정 지원이 민간의 자립적 기초를 형성하고 지속가능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원칙이다. 마을에 필요한 어떤 사업을 할 때, 그 필요를 느끼고 해결하고자 하는 당사자가 스스로 자원을 모아야 하며, 그래도 부족한 경우 부족분에 한하여 행정이 보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렇지 않고 행정의 지원을 받다가 지원이 중단되면 그 활동도 중단되는 문제를 우린 계속적으로 보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에서는 보편적으로 마을공동체를 확대하는 일을 행정이 중심이 된 마을활력소 사업을 통해 의도치 않게 실험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마을활동이 활발하거나 주민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마을 공간으로 조성가능한 공유지가 있으면 행정에서 마을활력소를 조성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 보니 마을활력소가 마을에 활력을 주는 공간으로 인식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마을활력소 운영에 참여 의사를 밝힌 주민들과 함께 마을 활동 경험이 쌓이고 주민들이 연결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실험의 과정이 정리되면 마을 공간 지원 전략도 개선되어 나갈 것이다.
 
공간이 만들어져도 시간이 흐르면 특정 주민만 모여 운영하게 되면서 그들만의 공간이 되어 버린다. 새롭게 참여하고자 하는 주민들은 또다시 새로운 공간을 원하게 되고 또 그들만의 공간이 되는 악순환을 거치게 된다.
지역에는 마을 공간이 있다. 경로당, 커뮤니티 시설, 체육 시설 등 마을에는 이미 공간이 있다. 방치되어 있거나, 외부 업체에 맡겨 주민을 상대로 상업 행위를 하는 공간으로 운영 되고 있다. 마을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상업 공간은 마을 공간이 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영국 전역에서 300곳 이상 생겨난 커뮤니티 펍(community pub)처럼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펍을 소유·운영함으로써 일반 상업 공간을 마을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꼭 마을활력소여야 하나?

카페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한국처럼 카페 문화가 발달한 곳이 없다고 한다. 이는 좁은 집에 내 가족이 아닌 사람을 초대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문화 때문일 수 있다. 내 집이 아닌 카페라는 공간에서의 만남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기왕에 많이 만들어져 있는 카페에서 마을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현재 한국, 특히 서울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주민들의 활발하게 왕래하는 사유 공간은 임대료 상승이라는 고리에 발목을 꽉 붙들리고서는 그 공간을 꾸려온 주민들이 종종 임대료 부담에 내몰리는 일명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게 되곤 하기 때문이다.
모이는 누구나가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특색 있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게 한 것은 주민들인데, 그 공간을 만들어 온 주민들이 결국 그 건물 주인에게 내쫓기게 된다. 마을 카페, 술집 등은 대표적인 주민들의 교류 공간임에도 공간의 통제권을 가게 주인이 갖고 있으므로 친목 도모 이상의 사회적 활동을 기대할 수 없고 때로는 어렵게 실현한 사회적 활동들도 이내 여기저기 흩어지게 되고 만다.
한둘도 아니고, 서울 전체에서 위와 같은 현상을 수없이 많이 목격해 온 서울시는 그 카페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마을의 공유 공간을 마을활력소라는 이름으로 등장시켰다. 필자는 마을활력소가 제2의 집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직은 행정의 구조 안에 있지만 이제 주민의 품에서 마치 강물이 바닷물과 만나,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곳(기수역)이 되기를 희망한다.
마을활력소는 공간 운영을 위한 약속을 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주의 공론장으로서의 첫 계단이 될 것이다. 공간 운영의 가장 기본인 문 열고 닫기, 어떻게 이 공간을 사용할지 등의 틀이 잡히는 안정성이 확보되면 이 공간은 다시 공간 밖으로 나가 골목골목의 이야기들을 물고 들어올 것이다.
공간이 지향하는 가치에 맞게 주민들이 운영 방식과 이용 방식을 토론을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고, 결정한 내용을 실천하면서 공동체가 형성되고 신뢰, 규범, 경험, 출자금 등 다양한 유무형의 자원과 역량이 쌓이는 과정으로 운영되는 실험의 장이 될 것이다.
 


시민 자산화의 고민이 필요한 단계

이와 같이 마을활력소의 경험을 축적한 주민들은 공간을 어디에도 빼앗기지 않도록 마을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시민 자산화)의 도전을 시작한다.
좁은 틈에 끼어 있거나 접근성이 낮아서 유휴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땅에 지어진 마을활력소를 행정으로부터 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다양한 주민들의 십시일반, 지역 신협의 저금리 대출, 주민들의 주인 되기를 촉진하는 시민사회 등이 모여 이전까지 상상도 못했던 주민들이 공간의 주인 되기를 조금씩 실현하고 있다.
우리 마을 사람들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편리한 교통, 장애인들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높은 접근성, 그 외 우리가 꿈꾸는 것들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찾고 있다.
 
지난 6~7여 년 간 서울시는 마을공동체를 통해 공간을 꾸려갈 역량 있는 주민을 키워 왔고 주민들은 함께 꾸릴 이웃을 만나 왔다. 이제는 그 이웃들과 손잡고 공간을 찾고 자산화하고 그 공간을 채우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두렵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영국의 자산화 사례 등을 접하지만 그들이 해낼 수 있었던 건 잘 갖춰진 제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서울은 그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지 못했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진한 제도를 서울 시민력으로 극복하는 사례들을 만날 때마다 같은 시민으로서의 감동 그리고 제도를 준비하는 공무원으로서 제도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큰 의지를 갖게 된다.
 
민선 7기 서울시에는 민주주의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주민의 활동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기구가 생길 예정이다. 공간 사업도 이곳에서 통합적으로 해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민주주의위원회라는 판이 깔리면 주민 중심의 활동이 이제는 자리를 잡고 공간에서 꽃필 수 있어야 한다.
 
꿈을 이루는 마을 공간의 주인이 되기 위해 주민이 나설 때다.





 


 
본 글은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정책웹진 <서울마을>의 제6호 '공동체 공간'에 실린 글입니다. 정책웹진 <서울 마을>의 다른 글은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www.seoulmaeul.org) 에서 이용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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